하루 10시간 일하고 월급 125만원
간접고용 탓 열악한 환경 시달려
간접고용 탓 열악한 환경 시달려
“추위보다도 점심 먹는 게 더 힘들어. 상가 차양 밑에서 밥을 먹다가 차량이 나가면 퍼뜩 달려 나가야 하거든. 요금을 받고 돌아오면 노숙자나 비둘기 차지가 돼 있는 경우도 더러 있지.”
지난 19일, 전날 내린 눈이 아직 쌓여 있는 서울 청계천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이아무개(67)씨는 채 10분도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노상 주차장에 들고 나는 차량을 살피고 요금을 정산하느라 바빴다. 이씨는 윗옷을 6겹이나 껴입었다. 추위 속에서 하루 10시간가량을 서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상에 걸리지 않으려면 귀마개도 필수다. 이씨는 “추울수록 자주 움직여야 추위를 잊을 수 있다”며 잠깐씩 앉아 있던 의자도 치웠다.
이씨가 일하는 곳은 서울시 공영주차장이다. 하지만 이씨는 민간업체에 고용돼 있다. 서울시는 감정평가액을 제시하고 입찰가를 가장 높게 쓴 업체에 주차장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공영 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리고 있지만 이곳의 입찰 방식은 부동산 임대를 닮았다. 업체들은 공영주차장 운영권을 따기 위해 높은 가격을 쓴다. 그러다 보니 수익을 내기 어렵고, 결국 노동자들을 쥐어짜 메운다.
청계천 양쪽과 을지로 쪽 노상 주차장 관리를 맡은 ㅊ업체에는 60~70대 노동자 80여명이 일한다. 주차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하루 10시간이지만 회사 출퇴근 시간 기준으로는 11시간이다. 토요일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여름 더위, 겨울 추위를 몸으로 견디며 손에 쥐는 월급은 125만원가량이다. 연장근무 등을 합쳐 일한 시간(월 320여시간)으로 나누어 추산한 시급은 4천원이 채 안 된다. 최저임금(2015년 기준 5580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의 하해성 조직부장은 “서울시와 자치구의 공영주차장은 1만3천여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무인화돼 있는 노외 주차장 대부분과 노상 주차장 30% 정도를 제외하면, 7천명가량의 주차 노동자가 이처럼 간접고용의 틀 안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 간접고용으로 인해, 책임을 져야 하는 서울시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민간위탁업체를 선정할 때 주차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걸 조건으로 하고,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도 받겠다. 올해 3억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해 주차노동자들이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