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이 노조원들의 이메일 등을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행위에 대해 배상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단독 이원근 판사는 4일 문화방송 노조원들이 “직원 동의 없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했다”며 회사와 김재철 전 사장, 안광한 사장, 차재실 전 정보콘텐츠실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사쪽 인사로 분류되는 차 전 실장이 노조가 파업중이던 2012년 6월8일부터 7월13일까지 강지웅 당시 노조 사무처장과 이용마 당시 노조 홍보국장의 이메일 등에 첨부돼 있던 노조 보도자료와 사적 이메일 등을 열람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문화방송과 차 전 실장은 강 전 처장에게 30만원, 이 전 국장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사장과 안 사장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가담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화방송은 2012년 6월 사내 통신망에 접속하면 보안프로그램인 ‘트로이컷’이 개인용 컴퓨터에 자동으로 설치되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고받은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내용, 첨부파일 등이 중앙관제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문화방송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가 뒤늦게 이를 안 노조의 반발로 석달 만에 삭제했다.
앞서 같은 법원은 이 일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 전 실장에게 지난해 8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유출 건으로 경질된 정보콘텐츠실장 후임으로 부임한 차 실장이 회사 쪽으로부터 관련자 색출을 요구받고 노조원 이메일 등을 열어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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