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엔 2200만원 안팎의 전세보증금으로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는 ‘급전세’와 경매 진행 중인 주택을 현금으로 당일 매입하겠다는 전단지 광고들을 주택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전단지가 광고하는 내용은 대부분 ‘깡통주택’을 악용한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인천지검이 지난 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깡통주택 광고 전단지’다. 인천지방검찰청 제공
[토요판] 뉴스분석, 왜?
깡통주택 검찰 수사
깡통주택 검찰 수사
▶ <한겨레> 토요판은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분신한 장애인 가장의 죽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때 이미 사망한 지 3개월이 지났고, 여러 언론에서도 그의 죽음을 보도했지만, 그 죽음의 이면에 틀어박힌 여러 구조적인 문제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겨레> 보도를 본 인천지방검찰청은 ‘깡통주택’ 사기 행각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7월31일 낮 12시50분께 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분신해 숨진 2급 지체장애인 손아무개(49)씨는 가족들과 함께 집값보다 빚이 더 많은 ‘깡통주택’에 살고 있었다. 손씨가 4월에 입주한 뒤 집주인은 바로 대출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두달간 이자가 연체되자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경매를 신청했고, 법원은 경매개시 결정을 내렸다. 경매에서 낙찰된 새 집주인은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제퇴거 조치를 취했다. 법원은 새 집주인의 접수를 받아 부동산 인도명령을 내렸고,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세입자인 손씨와 그의 가족들은 전세보증금 2500만원마저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선 전세보증금 22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 대상에 포함돼 경매가 이뤄지면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지만, 손씨는 이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그는 불과 석달 거주한 집에서 전세보증금마저 떼였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11월 <한겨레>는 손씨 사망 사건을 추적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하는 최우선변제권’에 대한 오해와 함께 깡통주택과 최우선변제권을 악용해 이득을 챙기는 세력들의 정체와 수법을 소개한 바 있다(2014년 11월1일치 14면, 8일치 12면). 또 보도를 통해 ‘업(up)계약서’(시세를 부풀린 매매계약서)를 통해 과다대출을 받는 부동산업자와 법무사, 최우선변제권을 악용해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임대인 그리고 부동산중개업자들이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철)는 <한겨레> 보도를 읽고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5일 3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깡통주택을 이용한 부동산 사기 조직을 적발해 총 71명을 입건하고 이 중 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드러난 깡통주택 사기 행각의 전말을 살펴보면, 부동산중개업자와 법무사뿐 아니라 신용정보회사와 금융기관의 직원마저 가담하는 등 많은 이들이 범죄에 연루돼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매매계약서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각종 대출을 받는 등 수법도 용의주도했다. 검찰이 적발한 피의자들로 인해 발생한 피해 금액은 18억2180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는 대부분 2500만원 안팎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영세 임차인이거나, 부동산 담보대출 금액을 회수하지 못한 금융기관이었다. 특히 영세한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은 재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삶은 벼랑 끝에 몰린 사례가 많았다.
<한겨레> 깡통주택 연속보도로
검찰이 일망타진한 사기단은
뒷골목 사기꾼들 아니었다
법무사 사무장, 금융기관 직원 등이
돈 없는 세입자 속여 돈벌었다 5000만원에 주택 산 뒤
9000만원 ‘시가확인서’ 받아
5700만원 대출, 2200만원 전세금 챙겨
우선변제권 믿고 계약한 세입자는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노숙인 명의로 주택 매입한 뒤… 값싼 전세금에 덜컥 도장을 찍은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홍아무개씨도 그런 사례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홍씨는 깡통주택 사기단과 부동산중개업자, 법무사 사무장, 금융기관과 신용정보회사 직원 등의 공모에 당했다. 적극적으로 사기를 주도한 이는 인천 남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아무개씨였다. 이씨는 정아무개씨와 짜고 2012년 3월 인천 만수동의 한 주택을 5000만원에 매수했다. 이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지만, 실제 중개업자인 김아무개씨 명의를 빌려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무등록자였고, 정씨는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인들을 유인해 3~4개월간 합숙시키며 재직증명서를 위조하고, 부동산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 부동산 담보대출 계약에 사용될 가짜 명의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씨는 정씨가 제공한 노숙인 명의로 주택을 매입했고, 인천 학익동 소재 한 법무사 명의를 빌려 해당 주택 가격이 9000만원이라는 ‘시가확인서’를 발급받았다. 가짜 시가확인서를 발급하는 데 공모한 이는 이 법무사 사무실의 사무장 천아무개(42)씨였다. 이씨는 천씨에게 대가로 200만원을 줬다. 천씨는 이 외에도 ‘가짜 시가확인서’를 발급해줄 때마다 200만원의 현금을 받아 총 2000만원을 챙겼다.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천씨의 역할은 가짜 시가확인서 발급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대출계약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여덟 차례에 걸쳐 총 1600만원 상당의 금품,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했다. 2011년 10월부터 줄곧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접대한 천씨는 이후 가짜 명의를 빌려 주택을 매입하고, 가짜 시가확인서를 발급해 과도한 대출을 받는 적극적 가담자로 변모했다. 결국 이씨와 정씨, 천씨의 공모로 5000만원에 매입한 주택은 9000만원짜리로 변신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남 지역의 제2금융기관으로부터 부동산 담보대출 5700만원을 받았다. 멀쩡한 집이 깡통주택이 된 순간이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정씨가 데려온 노숙인이지만, 실제 노숙인에게는 십원 한푼도 가지 않았다. 이씨는 노숙인의 인감과 통장을 직접 보관하면서 5700만원을 모조리 수령했다. 이씨는 매매계약과 동시에 대출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 대출받은 5700만원으로 집값 5000만원을 치렀다.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으로 집값을 치르고도 700만원이 남았다. 이씨의 사기 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최우선변제권’을 악용해 깡통주택을 이용해 2000여만원을 추가로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이씨는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인천 남구 등지에 ‘전세 2200, 즉시입주 가능’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전봇대나 건물벽 등에 붙였다. 보증금을 2200만원으로 내건 이유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상으로 주택이 처분될 때 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이 보장되는 금액이 22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보장금액’은 시기별,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12월 사이에 이뤄진 근저당 설정의 경우 2200만원까지 보장되며, 그 뒤에 이뤄진 계약은 2700만원까지 보장받는다. 부동산중개업자나 사기 일당은 “집에 문제가 생겨 경매로 넘어가도 전세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로 세입자를 유인하지만, 실제로는 세입자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판례상 임대차계약이 사해행위(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채무자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이 판례란 대법원이 2005년 5월13일에 선고한 판결(2003다50771)이다. 판결문에는 “채무 초과 상태에서 채무자 소유의 유일한 주택에 대하여 임차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채무자의 총재산의 감소를 초래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임차권 설정 행위는 취소 대상이 된다”고 적혀 있다. 즉 최우선변제권이 문자 그대로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많은 임차인들은 이를 모른 채 임대차계약을 맺는다. “우선변제권 있으니 걱정 마라” 이씨는 이런 법률적 허점을 적극 활용했다. 전단지 광고를 보고 찾아온 홍아무개씨에게 이씨는 ‘집주인이 이자를 잘 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만약의 경우 소액보증금은 우선변제권이 있으니 문제없다’는 취지로 안심시켰다. 홍씨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집주인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이씨는 집주인의 위임장을 보여줬으나, 홍씨는 위임장만으론 불안하니 직접 집주인과 통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이씨는 명의상 집주인인 노숙인이 아닌 정씨에게 홍씨를 연결시켰다. 노숙인들을 합숙시키며 명의를 조직적으로 빌려주고 있는 정씨는 집주인을 가장해 홍씨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쪽에 모든 것을 위임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중개인의 안내에 따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홍씨는 가짜 주인의 말을 믿고 22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이 돈을 건네받은 이씨는 사기를 공모한 정씨에게 1000만원 정도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하지만 집은 머지않아 경매에 부쳐졌다. 이씨는 집주인 명의의 이자 납입용 통장을 보관하며 매월 22만원 상당의 이자를 6개월 동안 납입했지만 그다음 달부턴 납입을 중단했다. 이씨가 납입을 중단하자,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채권관리팀에선 대출자에게 이자 납입을 독촉했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즉시 임의경매절차에 돌입했고, 우선변제권을 믿고 있던 홍씨는 채권자인 은행 쪽의 ‘배당이의’ 소송에 물려 전세보증금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정씨와 천씨를 구속 기소했고, 이씨에 대해선 체포 영장을 발부해 추적 중이다.
인천에는 홍씨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처분된 자산에 대한 배당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배당이의’ 소송이라고 하는데, 홍씨처럼 ‘소액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은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62건에서 291건, 수원지방법원이 230건에서 258건으로 늘어난 데 견줘, 인천지역은 2012년 420건에서 2013년 550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10월7일 인천 지역의 공인중개사협회와 간담회를 열어 ‘최우선변제권이 무조건 보장되지 않으므로 깡통주택을 중개하는 일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깡통주택이 양산되고, 배당이의 소송 건수가 많은 까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천지역에 객관적으로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영세한 다가구주택이 많고, 둘째,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후 인천에선 집값이 반등세 없이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여왔고, 셋째는 노동자, 외국인, 학생 등 외지인이 많아 값싼 단독가구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에선 지난해 치러진 인천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송도, 청라, 검단 지역의 신도시와 영종 국제도시 조성,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이 지난 10여년간 단골 호재로 등장하며 부동산 시장의 등락을 이끌었다.
깡통주택이 양산되면서 일부 부동산업자들은 최우선변제권을 악용하는 사기에 눈떴고, 그 결과 인천의 주택가에서 어렵지 않게 ‘급전세 2500만원’ 전단지를 찾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겨레>가 지난해 10, 11월 인천 지역의 깡통주택을 취재하러 인천 남구, 남동구를 찾았을 때에도 이런 내용의 전단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에이스 ‘김사장’은 어딨나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피의자의 피의사실들을 살펴보면, 깡통주택 사기단의 큰손으로 업계에서 ‘김부장’이라고 불리는 김아무개(47)씨는 2011년 10월부터 인천 지역에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다른 부동산 브로커들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고, 전세보증금을 편취하는 등 깡통주택을 이용한 사기가 만연했다. 신용정보회사의 직원은 시가보다 수천만원 높인 허위의 시가를 확인해주며 건당 30만원을 수수했고, 일부 법무사는 매월 400만원을 받고 법무사 등록증을 사기단에 대여했다.
검찰 수사로 인해 인천 지역의 만연한 깡통주택 사기 행각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일단 부동산중개업자 이씨를 비롯해 지난해 7월31일 사망한 장애인 가장 손씨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중개한 인천시 남구 주안동 1586-12에 위치한 ‘에이스공인중개사’의 대표 김아무개씨를 아직 검찰이 검거하지 못했다. 특히 에이스공인중개사의 김씨는 인천지역은 물론 의정부시 쪽의 배당이의 소송에도 여러 건 연루되어 의정부경찰서도 그의 소재를 파악 중이다. 또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배당이의 소송을 진행 중인 영세 임차인들은 여전히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임차인들이 배당 과정에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한겨레> 2014년 11월1일치 14면
<한겨레> 2014년 11월8일치 12면
검찰이 일망타진한 사기단은
뒷골목 사기꾼들 아니었다
법무사 사무장, 금융기관 직원 등이
돈 없는 세입자 속여 돈벌었다 5000만원에 주택 산 뒤
9000만원 ‘시가확인서’ 받아
5700만원 대출, 2200만원 전세금 챙겨
우선변제권 믿고 계약한 세입자는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노숙인 명의로 주택 매입한 뒤… 값싼 전세금에 덜컥 도장을 찍은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홍아무개씨도 그런 사례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홍씨는 깡통주택 사기단과 부동산중개업자, 법무사 사무장, 금융기관과 신용정보회사 직원 등의 공모에 당했다. 적극적으로 사기를 주도한 이는 인천 남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아무개씨였다. 이씨는 정아무개씨와 짜고 2012년 3월 인천 만수동의 한 주택을 5000만원에 매수했다. 이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지만, 실제 중개업자인 김아무개씨 명의를 빌려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무등록자였고, 정씨는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인들을 유인해 3~4개월간 합숙시키며 재직증명서를 위조하고, 부동산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 부동산 담보대출 계약에 사용될 가짜 명의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씨는 정씨가 제공한 노숙인 명의로 주택을 매입했고, 인천 학익동 소재 한 법무사 명의를 빌려 해당 주택 가격이 9000만원이라는 ‘시가확인서’를 발급받았다. 가짜 시가확인서를 발급하는 데 공모한 이는 이 법무사 사무실의 사무장 천아무개(42)씨였다. 이씨는 천씨에게 대가로 200만원을 줬다. 천씨는 이 외에도 ‘가짜 시가확인서’를 발급해줄 때마다 200만원의 현금을 받아 총 2000만원을 챙겼다.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천씨의 역할은 가짜 시가확인서 발급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대출계약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여덟 차례에 걸쳐 총 1600만원 상당의 금품,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했다. 2011년 10월부터 줄곧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접대한 천씨는 이후 가짜 명의를 빌려 주택을 매입하고, 가짜 시가확인서를 발급해 과도한 대출을 받는 적극적 가담자로 변모했다. 결국 이씨와 정씨, 천씨의 공모로 5000만원에 매입한 주택은 9000만원짜리로 변신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남 지역의 제2금융기관으로부터 부동산 담보대출 5700만원을 받았다. 멀쩡한 집이 깡통주택이 된 순간이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정씨가 데려온 노숙인이지만, 실제 노숙인에게는 십원 한푼도 가지 않았다. 이씨는 노숙인의 인감과 통장을 직접 보관하면서 5700만원을 모조리 수령했다. 이씨는 매매계약과 동시에 대출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 대출받은 5700만원으로 집값 5000만원을 치렀다.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으로 집값을 치르고도 700만원이 남았다. 이씨의 사기 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최우선변제권’을 악용해 깡통주택을 이용해 2000여만원을 추가로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이씨는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인천 남구 등지에 ‘전세 2200, 즉시입주 가능’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전봇대나 건물벽 등에 붙였다. 보증금을 2200만원으로 내건 이유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상으로 주택이 처분될 때 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이 보장되는 금액이 22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보장금액’은 시기별,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12월 사이에 이뤄진 근저당 설정의 경우 2200만원까지 보장되며, 그 뒤에 이뤄진 계약은 2700만원까지 보장받는다. 부동산중개업자나 사기 일당은 “집에 문제가 생겨 경매로 넘어가도 전세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로 세입자를 유인하지만, 실제로는 세입자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판례상 임대차계약이 사해행위(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채무자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이 판례란 대법원이 2005년 5월13일에 선고한 판결(2003다50771)이다. 판결문에는 “채무 초과 상태에서 채무자 소유의 유일한 주택에 대하여 임차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채무자의 총재산의 감소를 초래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임차권 설정 행위는 취소 대상이 된다”고 적혀 있다. 즉 최우선변제권이 문자 그대로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많은 임차인들은 이를 모른 채 임대차계약을 맺는다. “우선변제권 있으니 걱정 마라” 이씨는 이런 법률적 허점을 적극 활용했다. 전단지 광고를 보고 찾아온 홍아무개씨에게 이씨는 ‘집주인이 이자를 잘 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만약의 경우 소액보증금은 우선변제권이 있으니 문제없다’는 취지로 안심시켰다. 홍씨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집주인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이씨는 집주인의 위임장을 보여줬으나, 홍씨는 위임장만으론 불안하니 직접 집주인과 통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이씨는 명의상 집주인인 노숙인이 아닌 정씨에게 홍씨를 연결시켰다. 노숙인들을 합숙시키며 명의를 조직적으로 빌려주고 있는 정씨는 집주인을 가장해 홍씨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쪽에 모든 것을 위임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중개인의 안내에 따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홍씨는 가짜 주인의 말을 믿고 22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이 돈을 건네받은 이씨는 사기를 공모한 정씨에게 1000만원 정도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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