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성행위 장면을 담은 ‘야동’(음란동영상)도 ‘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일까?
검찰은 ‘포르노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기준을 고수하고, 야동 유통으로 앉아서 돈을 버는 웹하드 업체도 ‘어차피 불법이라 판매도 못 하는데 무슨 저작권이냐’는 입장이다. 결국 일본 야동 업체들은 한국 법원에 웹하드 업체를 통한 야동 유통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야동의 저작권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한국 내 일본 성인동영상 마니아층은 두터운 편이다. 일부는 한 배우가 출연한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모조리 찾아가 찍은 ‘인증샷’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품’을 구입하는 대신 웹하드 업체를 통해 다른 이용자가 올린 야동을 내려받는다. 일본 야동 대부분은 국내법상 명백한 음란물이다. 이를 유통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유포죄에 해당한다.
웹하드 업체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는다. 이용자들이 올린 야동을 내려받으려면 웹하드 업체에서 현금으로 구입한 ‘코인’이 필요하다. 결국 야동 유통이 많을수록 웹하드 업체엔 이득이다.
이에 일본 성인동영상 업체 협의체인 일본지적재산진흥협회(IPPA)는 몇년 전부터 저작권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2009년 대검찰청은 일본·미국 성인동영상 업체들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헤비 업로더’(동영상을 대량으로 올리는 이용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내자 “법적으로 유포가 금지된 음란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수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며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2013년 11월 이 협회는 과녁을 헤비 업로더에서 웹하드 업체로 바꿨다. 일본 성인동영상 업체 13곳으로부터 판권을 구입한 뒤 ‘에로물’로 수위를 낮춰 편집해 국내에 유통시키려던 한국 업체는 4만여건에 이르는 야동의 저작권 보호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웹하드 업체 10여곳에 보냈다. 또 이들 업체 가운데 4곳을 서울남부지검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4월 대검 지침에 따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유포죄를 물어 업체 1곳은 약식기소, 1곳은 기소유예 처분만 했다.
이에 일본지적재산진흥협회 소속 업체 등은 지난달 26일 서울남부지법에 한 웹하드 업체를 상대로 영상물 복제 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일본 업체 쪽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9일 “동영상이 음란물이냐 아니냐를 떠나 영상을 복제·전송하는 것은 저작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한국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윤리성·사회성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이런 법리를 검찰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민사소송을 냈다”고 했다. 반면 웹하드 업체 쪽 변호사는 “설령 저작권이 인정된다 해도 법에서 유통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법원 결정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 소송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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