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미국 뉴욕발 대한항공 A380 항공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항공기를 강제 회항시킨 혐의(항공보안법의 항로변경) 등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성우)는 12일 “지상이동 중인 항공기를 게이트로 되돌아가게 한 것은 ‘항로’를 변경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항로변경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항로변경죄가 인정된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또 “다른 항공기가 이 사건 항공기의 정지를 모르고 진행할 경우 충돌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조 전 부사장이 저지른 행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당시 항공기가 공로(하늘길)가 아니라 지상에 있었으니까 항로변경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조 전 부사장 쪽 주장은 배척됐다.
재판부는 기내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박창진 사무장 등을 폭행(항공보안법의 안전운항저해폭행)하고, 박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행위(업무방해 및 강요)에도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사건 은폐·조작을 지시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는 “국토부 쪽의 불충분한 조사가 진실을 밝히지 못한 원인”이라며 무죄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초범이고, 대한항공이 박 사무장 등의 정상근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년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을 노예처럼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조 전 부사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조직적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여운진(58) 대한항공 상무에게는 징역 8월의 실형, 국토부 조사 내용을 여 상무에게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55) 국토부 조사관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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