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2013년 3월 26일 당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렸던 자신의 해임안에 관한 이사회에 출석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원,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선고
회사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벌금형 약식기소됐던 김재철 전 <문화방송> 사장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문화방송 노조의 고발로 2년 가까이 수사를 벌인 끝에 ‘약식기소’로 마무리지었던 검찰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신중권 판사는 13일, 사적 용도의 호텔 숙박이나 고가의 귀금속·캐리어 가방 등을 구입하는데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해 총 1130만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와 감사원의 방송문화진흥회 감사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용내역 제출을 하지 않은 혐의(감사원법 위반)로 기소된 김 전 사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사장은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39차례에 걸쳐 서울·인천 등 수도권 호텔에 숙박하면서 숙박대금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김 전 사장은 특히, 호텔 고객카드에 부인과 투숙한 5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명을 썼고, 휴대전화 번호는 무용가 정아무개씨나 차명전화 번호를 기록했다. 늦은 밤에 체크인을 하면서 2인분의 조식이나 주류·식사 등 룸서비스를 시켜 법인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은 “지방 문화방송 광역화 업무 추진과 관련한 출장에선 가명을 썼다”, “행사 관계자나 주요인사 등이 묵을 호텔을 대신 결제해주기도 했다”, “주말·공휴일에 호텔에 투숙하면서 뉴스·연속극 등을 모니터링하고 프로그램을 구상했다”며 호텔 투숙이 업무와 관련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 판사는 “가명이 사용된 호텔가운데 6곳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수도권이고, 김 전 사장이 호텔비를 대신 결제해 준 주요인사의 이름·소속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데다 늦은 밤에 이 인사들을 만난 이유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가까운 호텔을 놔두고 굳이 인천에 있는 호텔까지 가서 업무를 봤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고, 투숙인원이 대부분 2명인데다 체크인·아웃을 전후해 고급식당 결제내역이 빈번하다”는 점을 들어 “업무처리를 위해 호텔에 투숙했다”는 주장 역시 배척했다.
김 전 사장은 서울 청담동과 영등포구 백화점에서 76만·105만원짜리 여행가방 각 1개와 119만원짜리 귀금속을 구입하면서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선물로 샀다”고 주장했지만, 신 판사는 “수행비서가 아닌 사장이 직접 선물을 구입하는 것이 이례적이고, 담당부서 예산을 통한 구입이 더 통상적”이라고 밝혔다.
신 판사는 “피고인은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처신이 곧 회사의 이미지를 좌우하고, 혹시라도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는 공인으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한 뒤 “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놓고도 진지한 반성은커녕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법인카드 부당사용 의혹으로 재임기간 내내 문화방송 내 갈등이 심화되고 공영방송의 위상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문화방송 노조는 파업 중이던 2012년 3월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 회사에 2억여원의 손실을 끼치고, 회사 행사 등에 특정 무용가를 밀어준 혐의 등으로 김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황현덕)는 지난해 1월에서야 노조가 고발한 액수 가운데 1100만원만 인정해 김 전 사장을 약식기소 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토 끝에 벌금형으로 약식명령을 내리지 않고 정식재판에 회부해 재판을 벌여왔다.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2013년 3월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 전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했고, 김 전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확정되기 전 자진사퇴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사천시장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했으나 경선과정에서 탈락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