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에 쓴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정식재판에 회부된 김재철(62) 전 <문화방송> 사장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애초 김 전 사장을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가볍게’ 마무리했던 검찰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신중권 판사는 13일, 사적 용도의 호텔 숙박과 귀금속, 캐리어 가방 구입 등에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해 회사에 113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기소된 김 전 사장에게 “법인카드 부당 사용 의혹 등으로 재임기간 내내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이 감사원의 방송문화진흥회 감사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혐의(감사원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김 전 사장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모두 39차례에 걸쳐 서울·인천 등 수도권 호텔에 투숙하면서 법인카드로 숙박비를 결제했다. 김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업무와 관련있는 숙박과 식사”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예약자가 대부분 2명인데다, 대부분 주말에 회사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인천 소재 호텔까지 가서 업무를 했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고, 가명과 허위의 인적사항을 이용하는 등 공적인 업무를 위해 투숙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김 전 사장이) 호텔 투숙 당시 가명을 쓰고, 정○○(여) 등의 휴대전화 번호를 기재하는 등 공적 업무를 위해 호텔에 투숙했다고 보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덧붙여 인천 ㅂ호텔 등 투숙 당시 정○○의 동선과 피고인의 동선이 거의 일치하는 점도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스럽게 한다”고 적시했다.
또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은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혹시라도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했다”며 “회사의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놓고도 진심으로 반성하기는커녕 포괄적인 업무 관련성을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엄격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문화방송 노조는 파업 중이던 2012년 3월 김 전 사장을 법인카드 사적 사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황현덕)는 지난해 1월에야 1130만원을 피해액으로 인정해 김 전 사장을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이 벌금형 약식명령 대신 정식재판에 회부해 심리해왔다.
김 전 사장은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2013년 3월 임시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을 가결하자, 주주총회 전 자진사퇴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 사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탈락해 출마하지 못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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