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 수임’ 2단계 조사 무리수

의문사위 출신 김희수 변호사에
장준하 소송수임 관련 출석요구
출석 거부…수사 녹록지 않을듯
백승헌·김형태 변호사도 부를계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변호사들을 소환조사한 검찰이 이번에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출신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과거사 소송 수임 과정에 대한 ‘2단계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첫 소환 대상자가 공개적으로 출석을 거부해, 수사가 녹록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의문사위 출신으로 고 장준하 선생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수임한 김희수 변호사에게 16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김 변호사는 응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입장 자료를 보내어 “검찰이 오후 2시 출석을 통지했지만 응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입장을 밝히는 진술서와 자료를 이미 제출했고, 그것만으로도 혐의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문사위에서 다룬 것은 장 선생의 사인에 대한 진실 규명 조사이고, 손해배상 소송은 장 선생을 처벌한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임을 다투는 것이다. 사실관계와 쟁점이 전혀 달라 동일한 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변호사 쪽 자료와 그간 수사한 내용을 비교·검토한 뒤 대면조사 필요성이 있으면 재소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김 변호사를 조사한 뒤 역시 의문사위 활동을 한 백승헌·김형태 변호사에게도 소환을 통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문사위 출신 변호사 수사는 과거사위 출신 변호사 수사에 비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준곤·이명춘·이인람 변호사 등 과거사위 출신 변호사들은 소환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의문사위에서 활동한 김 변호사가 출석을 거부한 데 이어 백 변호사 등도 소환 불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과거사위에 비해 의문사위 쪽 혐의가 가볍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로서는 김준곤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돕고 대가를 받은 혐의로 청구했던 전직 과거사위 조사관 두명의 구속영장이 “구속 수사의 상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도 부담이다. 검찰은 중간간부 인사까지 앞두고 있어 조사에 속도를 내기도 어려워 보인다. 노현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