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제적 내용 삭제해야”
일본군 위안부의 성격을 두고 “노예적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군인과 동지적 관계”, “자발적으로 간 매춘부” 등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어온 박유하(58) 세종대 교수(일문학)의 책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법원이 문제적 부분을 삭제하지 않으면 판매·배포를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고충정)는 ‘박 교수의 책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낸 도서출판 등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과 관련해, 17일 “책 내용 가운데 34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판매·배포·광고 등을 할 수 없다”며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유엔인권이사회 권고와 한국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관련 결정을 언급한 뒤 “위안부 강제동원 및 위안소 운영 등에 일본이 광범위하게 관여한 점, 성노예이자 피해자로서의 일본군 위안부의 지위 등에 비춰볼 때 책의 일부 내용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격권·명예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이렇게 결정했다.
재판부는 ‘학문의 자유’이자 ‘위안부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박 교수 쪽 주장에 대해 “표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와 비교해도 책 내용 일부를 삭제하지 않으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나 인격권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책의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학문의 자유 내에 있다고 보인다.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 등을 통해 시민사회가 스스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 8월 <제국의 위안부>가 출간되자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난해 6월 법원에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는 한편, 박 교수와 출판사 대표 정아무개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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