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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씨 “열흘전부터 계획”…행사장 입장 4분만에 과도 휘둘러

등록 2015-03-05 19:49수정 2015-03-05 22:22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괴한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괴한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대사 피습 재구성

리퍼트 대사 뒷줄 테이블에서
고함치며 달려와 순식간에 덮쳐
변호인 “김씨, 집에서 과도 가져와
겁만 주려던 목적이었다 전해”

경찰이 김씨 얼굴 알아보고
행사 주최한 민화협에 문의
“명단엔 없었지만
초청단체 회원이라 들여보내”
5일 아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으로 조찬강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그가 앉았던 자리의 흰색 테이블보와 식기에는 굵은 핏방울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었다. 황급히 병원으로 이송되는 리퍼트 대사를 따라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까지 핏자국이 이어졌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 관계 발전방향’ 조찬강연회에서 연설하기로 한 리퍼트 대사는 아침 7시33분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도착했다. 7시부터 사전·현장등록을 통해 입장한 190여명이 박수로 맞았다.

리퍼트 대사는 연단 앞 헤드테이블에서 통역과 민화협 공동의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 사이에 앉았다. 헤드테이블에는 김덕룡 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성헌 상임집행위원장,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9명이 함께 앉았다.

리퍼트 대사는 장 의원과 지난 1월 한국에서 출산한 첫아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한다. 장 의원은 “‘둘째도 한국에 와서 낳고 싶다’고 해서 ‘원정출산 아니냐’고 농담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리퍼트 대사가 막 죽을 떠먹으려던 순간 자주색 개량한복 차림의 김기종씨가 헤드테이블 뒤쪽 6번 테이블에 앉았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김씨는 리퍼트 대사가 입장하고 3분 뒤인 7시36분께 세종홀에 입장했다. 곧바로 ‘남북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 크기 유인물 30여장을 옆 테이블에 앉은 한 교수의 가방에 욱여넣고 리퍼트 대사에게 달려들었다.

김씨는 고함을 지르며 리퍼트 대사를 덮쳐 쓰러뜨린 뒤 윗몸에 올라탄 채로 25㎝ 길이의 과도를 휘둘렀다. 리퍼트 대사는 장 의원 쪽으로 쓰러졌고, 장 의원과 헤드테이블 뒤쪽 대사관 직원, 현장에 있던 종로경찰서 형사 등이 합세해 김씨를 제압했다. 장 의원은 “김씨가 소리를 질렀는데, ‘미국’이나 ‘미군’ 같은 단어가 있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대사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끔찍했다”고 전했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에 의해 습격당한 가운데 리퍼트 미 대사가 앉은 식탁에 피가 묻어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에 의해 습격당한 가운데 리퍼트 미 대사가 앉은 식탁에 피가 묻어 있다. 연합뉴스
리퍼트 대사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감싼 채 대사관 직원 등에게 둘러싸여 세종문화회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한다. 구급차가 필요하다.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마침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던 경찰 순찰차를 타고 근처 강북삼성병원으로 이동해 응급치료를 받았다. 이어 첫아들을 출산한 인연이 있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제압당한 김씨는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나는 테러를 했습니다. 왜 이 땅에서 전쟁훈련을 합니까? 전쟁훈련을 하면 우리나라 통일은 영원히 안 됩니다”라고 소리지르며 몸부림쳤다. 이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이 부러진 김씨는 경찰서에서 연행됐다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서대문구 적십자병원에서 들것에 누운 채 기자들을 만난 그는 열흘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했다. 과도는 집에서 가져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순식간에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유인물에는 지난 2일 국회도서관에서 작성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 동석한 변호인은 “김씨가 과도를 가져가기로 결정한 것은 오늘 아침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커터칼도 지니고 있었는데, 변호인은 “전단지 자르려고 늘 지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에 경종을 울리려 한 것이지 대사 개인에게는 감정이 없다고 한다. 상처가 그렇게 깊을 줄 몰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응급진료를 받은 뒤 수술을 받기 위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응급진료를 받은 뒤 수술을 받기 위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연회는 지난달 13일 민화협 누리집과 회원 전자우편 등을 통해 공지됐다. 김씨는 민화협 가입단체 181개 중 하나인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로 발송된 초청장을 받았다. 김씨는 이 단체 의장이다. 누리집으로 사전등록 신청을 하거나, 이날 현장에서 바로 등록한 190여명은 별다른 검문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경찰은 “미대사관 요청이 없어 따로 검문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개량한복을 입은 김씨가 강연장에 들어갈 때 현장에 있던 종로경찰서 경비과 직원이 과거 일본대사관 앞에서 계란을 던진 김씨를 알아보고 정보과 형사에게 알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정보과 형사는 “저 사람 초대받은 것이 맞느냐”며 민화협 직원에게 문의했다고 한다. 민화협 쪽은 “김씨가 명단에는 없었지만 민화협 현장 관계자와 안면이 있었고, 초청단체여서 수기로 이름표를 작성해 들여보냈다”고 했다. 김영만 민화협 홍보위원장은 “경호 대책 등이 미흡했던 점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태우 최우리 김경욱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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