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가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희태(77) 전 국회의장을 석좌교수로 재위촉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박 전 의장을 1년 임기의 석좌교수로 재위촉했다고 15일 밝혔다. 석좌교수는 석좌교수위원회 심사를 통해 위촉하는데, 박 전 의장은 지난 2013년에 이어 3년째 석좌교수로 위촉됐다.
건국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전 의장의 법조 경륜과 국회의장으로서의 업적을 평가해 모신 입장에서 사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석좌교수는 일반 교수와 달리 무보수 명예직으로 명쾌한 기준을 들이댈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건국대 총학생회의 의결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박 전 의장을 재위촉하는 것은 석좌교수 제도에 대한 본래적 의미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건국대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의장이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는 점을 들어 “박 전 의장에 대한 징계는 상식적으로 너무나 당연한데, 대학본부가 박 전 의장이 항소를 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린 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대학본부의 입장은 대학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본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전 의장은 지난해 9월 강원도 원주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하다가 담당 캐디(24)의 신체 일부를 수차례 접촉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