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는 16일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박희태(77) 전 국회의장을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위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국대는 “박 전 의장이 석좌교수 재위촉을 사양해 위촉 철회 행정 절차를 완료했다. 오랜 법조 경륜과 업적, 학교 발전 공헌 등을 고려해 학교가 나서서 초빙했지만, 재위촉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의장 본인의 의지로 석좌교수직을 맡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이지만, 성추행 혐의에 유죄가 선고된 이를 법학도를 가르치는 석좌교수로 재위촉한 결정을 두고는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여전히 문제가 없었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박 전 의장은 2013년 건국대 석좌교수로 위촉됐다.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그가 지난 1일 석좌교수로 재위촉되자, 학생들은 “석좌교수제도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학교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며 반발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학교는 석좌교수 예우 차원에서 재위촉을 진행했는데, 학교의 생각과 학생들의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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