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택돈 전의원 패소 취지 환송
대법원이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덜어주는 판결을 양산한 데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가해자 책임도 면해주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0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고 이택돈 전 의원과 이신범(65) 전 의원이 전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두 전직 의원은 1980년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돼 고문을 당했다. 이택돈 전 의원은 계엄법 위반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이신범 전 의원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신민당 소속이었던 이택돈 전 의원은 현행범이 아닌데도 회기 중에 영장 없이 끌려가 수사관들 강요로 의원직을 사직했다. 대학생이었던 이신범 전 의원은 학교에서 제명됐다.
이들은 1985~86년 특별사면을 받았고, 2007년 재심으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심 무죄 선고를 근거로 사건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과 수사단장이었던 이학봉(지난해 사망) 전 의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택돈 전 의원은 2012년 별세해 가족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1심은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인 전두환, 이학봉과 합수부 수사관들의 행위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며 피고들이 이택돈 전 의원에게 3억원, 이신범 전 의원에게 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이택돈 전 의원을 불법체포·구속한 것에 대해서만 전 전 대통령과 이학봉 전 의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문과 사직 강요에는 국가 책임만 인정해 배상액을 1억원으로 낮췄다. 이신범 전 의원의 경우 당시 ‘국기문란자 수사계획’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며 국가 책임만 인정해 배상액을 2억원으로 낮췄다.
이번에 대법원은 소송 시효가 지났다며 이택돈 전 의원이 전 전 대통령과 이학봉 전 의원을 상대로 승소한 부분도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다만 정부가 항소심 결과에 대해 상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정부로부터는 배상금을 받게 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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