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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협동조합 전환 악용…22년 일자리 빼앗아”

등록 2015-03-22 20:38수정 2015-03-22 22:06

연세재단 시설관리 용역업체
재계약 이틀 앞두고 전환 알려
퇴직 등 권유…연세빌딩 8명 해고
“어릴 적 시골 동네에 신용협동조합이 있었어요. 부모님 대신 조합 총회에 가곤 했는데, 그때 기억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 탓에 22년 동안 일해온 직장을 잃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소방방재 업무를 하는 임성국(47)씨는 지난달 28일 동료 7명과 함께 직장을 잃었다. 빌딩을 운영하는 연세재단이 시설관리 업체로 ‘한국자산관리협동조합’을 새로 선정하면서다. 이 협동조합은 원래 임씨 등이 속해 있던 용역업체인 동우공영 관리직 6명이 설립한 것이다. 임씨는 25살이던 1993년 이 빌딩이 문을 열 때부터 일해왔다. “청춘을 빌딩과 함께했다. 도면을 보지 않고도 빌딩 30개층의 설비가 생생할 정도”라고 했다. 협동조합이었지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구조조정의 도구가 됐다. 조합은 임씨 등 일부 노동자에게 임금 삭감(30%)을 재입사 조건으로 내걸거나, 아예 퇴직을 권유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만난 임씨는 “연세재단이 빌딩 관리 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협동조합을 악용한 것 같다”고 했다. 협동조합 전환 과정에서 직장을 잃은 8명 중 7명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임씨와 해직 노동자들은 재계약을 이틀 앞둔 지난달 26일에야 협동조합 전환 사실을 알았다. 당시 녹취 내용을 보면, 동우공영 관리소장이었던 김아무개 협동조합 이사장은 “빌딩 관리본부(연세재단)와 함께 대안을 고민한 끝에 협동조합을 시작했다”고 했다.

일방적 임금 삭감 요구에 항의하자, 조합 쪽은 “이사진이 결정한 금액이니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임씨는 “노동자와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협동조합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협동조합 쪽은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이 많아지기 때문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연세재단 쪽은 “협동조합 전환을 업체 쪽에 권유한 적이 없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해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조직부장(노무사)은 22일 “연세재단(원청)의 계약업체일 뿐인 이런 조합 형태로는 노동자와 조합원을 지킬 수 없는 구조다. 현재 5명이 모여 간단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되는 일반협동조합 설립 요건을 본래 목적에 맞춰 꼼꼼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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