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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기껏 키웠더니 강남·특목고행…관악구 “영재교육 중단”

등록 2015-03-24 01:41수정 2015-03-24 09:02

관악구가 관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영재교육 현장.
관악구가 관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영재교육 현장.
서울대 교수·박사과정 강사진 꾸려
2008년부터 중학생 학년별로
20~30명씩 뽑아 교육했지만
10명중 6명꼴 다른 지역 진학
특목·자사고 정책에 일반고 ‘고사’
서울 관악구가 구 예산을 들여 8년째 계속해온 ‘지역 인재 발굴 사업’을 2016년까지만 운영한 뒤 중단하기로 했다. 해마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 가운데 60~70%가 관내 고교가 아닌 서초구·강남구 등 인접 지역 특수목적고 등으로 진학해 지역 인재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잘 키워 강남 좋은 일 했다’는 푸념이 나오지만, 교육 불균형을 막을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관악구(구청장 유종필)는 2008년부터 ‘서울대 관악영재교육원’(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2억원을 투입해 관내 중학생을 학년별로 20~30명씩 뽑아 수학·과학 등 5개 과목을 연간 50~100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강사진은 서울대 사범대 교수와 박사과정 연구원 등 30여명으로 꾸려졌다. 교육원에 들어갈 학생은 시험으로 뽑지 않고 교사가 학생의 소질과 능력을 여러 달 살핀 뒤 결정하는 ‘관찰 추천’ 방식으로 선발된다.

결과는 좋았지만, 성과는 엉뚱한 곳에서 가져갔다. 교육원에서 공부한 상당수 학생들이 관악구 바깥의 특목고 등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2012~2015년 교육원 수료 학생 91명 가운데 관악구 내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은 35명(38.5%)에 불과하다. 나머지 56명(61.5%)은 강남·서초구 등의 특목고(외고·과학고·국제고), 하나고를 비롯한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진학했다. 2012년과 2014년에는 관내 진학률이 각각 27.2%에 그쳤다.

결국 관악구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과정을 마치는 2016년까지만 교육원을 운영하고 2017년부터는 사업을 접을 계획이다. 예산도 올해 4000여만원을 축소하는 등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교육원 원장인 최승언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23일 “관악구에서 더 이상 예산을 대기 어렵다고 해 올해 중학교 1학년 기초반을 선발하지 않았다. 설립 초기부터 원장을 맡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영재를 가르치고 연구할 현장이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우수 학생들이 관악구를 떠나는 현상을 두고 지역 내 고민도 깊다. 성장경 관악구 교육사업과장은 “요즘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호하는데, 관내 11개 인문계 고교 가운데 10곳이 일반고다. 예전엔 일반고에도 인재가 많이 진학했지만 특목고·자사고를 키우는 정부 정책 이후 일반고가 죽어버렸다”고 했다. 최 교수는 “다른 구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등 성과가 좋았다. 하지만 수료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니 ‘왜 우리가 애들을 잘 키워서 다른 구 좋은 일을 시키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부른 교육 정책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과거 난곡지역 야학 등 풀뿌리 교육운동의 산실인 관악구는 지역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젠 강남 등 타 지역으로 학생 유출이 심해 교육 낙후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교 교사 김아무개(28)씨는 “자사고 출범 뒤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학습 능력이 좋은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 학군이 좋은 지역의 일반고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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