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때부터 14년간 성폭행…지난 5월 스스로 목숨 끊어
상습 성추행 겪던 작은 딸도 언니 뒤 따르려다 구조돼
사연 보도했던 MBC “전파 탄 뒤 답장도 왔었는데…”
상습 성추행 겪던 작은 딸도 언니 뒤 따르려다 구조돼
사연 보도했던 MBC “전파 탄 뒤 답장도 왔었는데…”
2013년 4월 가수 양희은씨, 방송인 강석우씨가 진행하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에 사연 한 통이 이메일로 들어왔다. 어린 시절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뒤 힘겹게 살아왔다는 20대 여성이 라디오를 들으며 힘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1년 뒤 그 사연의 주인공은 스스로 25년 짧은 생을 마감했고, 여동생마저 지난 2월 언니를 뒤따라가려 했다.
지난달 6일 경찰은 서울 한남대교 난간에서 한강으로 뛰어들려던 여성(24)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그는 13살 때부터 3년간 친아버지한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또 언니 역시 4살 때부터 14년간 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치료·상담을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언니를 따라가려던 동생, 이 자매의 어머니는 ‘이미 오래된 일’이라 생각하며 자포자기했지만,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수사 끝에 자매의 아버지 김아무개(54)씨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아내가 일하러 나간 사이 “아빠와 함께하는 병원놀이”라고 어린 자매를 속이며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김씨는 2006년 이혼한 뒤에도 “반항하면 동생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성폭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언니는 성년이 되던 해 비로소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상담소를 찾는 등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고 노력했지만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나 먼저 가요. 소풍 가는 거야. 엄마는 동생과 행복하게 딱 50년, 60년씩만 더 살다가 와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언니 뒤를 따르려다 구조된 동생은 현재 어머니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자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여성시대> 제작진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업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무실 분위기가 침통했다. 2013년 사연이 전파를 탄 뒤 주인공한테서 답장이 왔는데 ‘새로운 생활을 위해 상담과 치료에 집중한다’는 의욕적인 내용이라 곧 힘을 내리라 생각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성폭력특별수사대의 박미혜 경감은 “친족 성폭력을 경험할 경우 피해자 스스로 자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숨기지 말고 가까운 해바라기센터(성폭력상담센터) 등에 도움을 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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