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쪽, 친구가 돈 갚지 않자 소송
검찰, 작년 11월 둘 다 사기혐의 기소
검찰, 작년 11월 둘 다 사기혐의 기소
유명 입시전문업체 이사가 카지노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또 다른 교육업체의 회삿돈 8억원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빌려 하루 사이에 탕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10년 8월 입시전문업체 ㅎ사 대표(현재는 이사)로 있던 서아무개(48)씨는 친구 윤아무개(48)씨와 서울 삼성동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 두 사람은 외국 영주권·시민권자다.
도박자금이 바닥나자 서씨는 자신이 대주주인 서울 목동의 입시전문업체인 ㅁ사에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8억원을 윤씨에게 빌려주도록 했다. 윤씨는 1년 뒤 원금과 이자를 갚는다는 차용증을 ㅁ사에 써줬고, 두 사람은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8장을 받은 당일 카지노로 직행해 도박칩 8억원어치로 바꿨다. 이들은 돈은 함께 걸지만 도박은 한 사람만 하는 ‘동패 방식’으로 도박을 했고, 8억원을 바로 그날 모두 잃었다. 둘은 전날에도 6억원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ㅁ사는 4년이 지나도 윤씨가 돈을 갚지 않자 지난해 7월 대여금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윤씨는 “서씨가 대주주인 ㅁ사도 8억원이 도박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차용인 명의만 빌려줬고, 도박은 서씨가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자본금이 7억원이던 ㅁ사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윤씨에게 8억원을 내주고, 이후 열지도 않은 이사회 회의록을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1월 서씨와 윤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민사재판 판단은 좀 더 일찍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4부(재판장 김양규)는 지난 1월 “서씨와 윤씨가 카지노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했다”면서도, ㅁ사가 윤씨만을 상대로 소송을 냈기 때문에 윤씨가 8억원과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원 운영을 하는 업체가 회사의 일상 업무라고 보기 어려운 개인 사업자금을 자본금을 초과해 대여하는 것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중요 업무”라며 “서씨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사회를 열지도 않고 이사회 회의록을 소급 작성했다”고 밝혔다.
서씨가 대주주인 ㅎ사는 지난해 재수 학원으로 유명한 ㅈ학원을 수백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ㅎ사 관계자는 26일 “ㅎ사와 ㅁ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서씨의 행위와 수사·재판 역시 ㅎ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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