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재소자가 건넨 ‘800원 요구르트’…“일을 달라”는 간절함이 있었다

등록 2015-03-29 20:02수정 2015-03-29 20:06

고용으로 사회복귀 돕는 재미사업가
재미 사업가 변병조씨
재미 사업가 변병조씨
40대로 보이는 재소자가 갑자기 뛰어왔다. 2년 전 안양교도소 노역장을 견학하던 재미 사업가 변병조(60·사진)씨는 주춤했다. 교도관이 앞을 막아섰다. 재소자는 800원짜리 요구르트를 건네려 했다. 그 재소자는 “일을 하면 모든 걸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일거리를 달라”고 사정했다고 한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교도소에서는 귀할 수밖에 없는 요구르트를 제게 건넸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변씨가 자신의 업체를 희망센터의 협력업체로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였다.

법무부가 2013년 개설한 희망센터는 가석방을 앞둔 재소자들을 외부 업체에 취업시켜 사회 복귀를 돕는 기관이다. 입소 대상자는 3~6개월 안에 가석방될 수 있는 모범 재소자들이다. 이들은 교도소가 운영하는 희망센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근처 일터로 출퇴근한다. 사회로 나오기 전 적응기간을 거치는 것이다.

변병조씨 노역장 견학하다 결심
법무부 희망센터 협력업체 되기로
고용 5개월…재소자 잘 어울려
“어머니 선물사고 울던 남성 기억나”

변씨는 2013년 7월 경기 안성에 의료기관 세탁물 관리업체 탑크린을 차렸다. 재소자들을 취업시키려고 할 때 ‘우리가 그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명은 사직서를 썼다. 변씨는 직원들에게 “왜 해보지도 않고 그러느냐. 같이 일하면서 정말 어려움이 있으면 그땐 내가 먼저 내보내겠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11월 경남 밀양에 이어 두번째로 ‘안성희망센터’가 문을 열었다.

직원 30명과 재소자 10명은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몸을 부대끼며 일한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지금은 서로 단추도 달아주는 사이가 됐다. 탑크린에서 일하는 재소자들은 평균 15년 이상 감옥에서 생활했다. 일반 직원들과 다른 모습도 많았지만, 점점 섞여들기 시작했다. 변씨는 “한달 전 기숙사에 갔다가 흥미로운 책이 있기에 훑어봤는데, 재소자들끼리는 남의 물건을 만져서도 안 되고, 죄명이 뭔지 몇년 살았는지 묻지 않는 게 암묵적 원칙이라고 하더라”며 “직원들한테도 이런 문화를 알려줘 서로 배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은 이런 ‘중간처우시설’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고, 주말이면 시내에 나가 체크카드를 써보기도 한다. 일한 시간에 따라 월 70만~90만원을 받는다. 이 중 90%는 본인이 갖고, 10%는 국고로 들어간다.

변씨는 한 40대 중반 재소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재소자는 돈을 벌어 어머니에게 겨울 점퍼를 사드리고 ‘처음으로 아들 노릇 한 것 같다’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 변씨는 이들이 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이달부터 ‘세탁기능사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9월 탄소섬유 등을 생산하는 한국카본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밀양희망센터’에선 가석방 출소자 26명 중 11명이 취업했다. 4명은 한국카본에서 계속 일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희망센터 출소자가 기업에 취업하면 취업성공수당을 지원하고, 업체에도 고용촉진지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