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넉달뒤 침대서 숨진채 발견
30대 남성, 동행 인정·살해는 부인
성매매 알선자 2명 구속, 1명 추적
30대 남성, 동행 인정·살해는 부인
성매매 알선자 2명 구속, 1명 추적
서울의 한 모텔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가출 여중생 살해 용의자 김아무개(38)씨가 29일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피해자와 모텔에 함께 들어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께 경기도 시흥시 김씨의 아파트 주변에 잠복해 있다가 집을 나서는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가출 여중생 ㅎ(14)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사건 당일 아침 6시부터 30여분간 성매매에 앞서 ㅎ양과 김씨가 주고받은 스마트폰 채팅앱 내용을 확보했다. 경찰은 또 2시간 뒤인 아침 8시40분께 모텔을 혼자 나서는 김씨의 모습을 폐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 녹화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ㅎ양은 지난해 11월 ‘며칠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충북 증평의 집을 나선 지 넉달 뒤인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ㅇ모텔 객실 침대 위에서 청바지에 빨간 스웨터 차림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ㅎ양은 지난달 온라인 대화방을 통해 박아무개(28), 최아무개(28)씨를 만난 뒤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날 박씨와 최씨를 ㅎ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또다른 김아무개(27)씨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26일 새벽에도 ㅎ양과 함께 모텔 근처 피시방에서 채팅앱을 통해 성매수 남성을 물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씨는 시간이 흘러도 ㅎ양이 나오지 않자 직접 객실로 찾으러 들어갔다가 ㅎ양의 주검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ㅎ양과 모텔에 들어갔고 시시티브이에 찍힌 사람도 내가 맞지만 ㅎ양을 죽이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ㅎ양의 주검에서 서로 다른 남성 2명의 유전자(DNA)를, 모텔 객실 침대에서 또다른 남성의 유전자를 확보했다. 관악경찰서 한증섭 형사과장은 “김씨와 ㅎ양의 성관계 여부와 살해 동기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디엔에이 대조를 통해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한편 ㅎ양은 수시로 모텔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ㅇ모텔 업주도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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