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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종철 고문’ 경찰 단독 인터뷰 “박상옥은…”

등록 2015-04-01 02:56수정 2015-04-08 18:16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고문 당사자로 지목된 경찰관 두명이 구속된 1987년 1월 경찰이 이들의 얼굴을 숨기려고 똑같은 복장을 한 경찰관 20명을 서울 서대문구치소로 함께 이동시키는 촌극이 벌어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고문 당사자로 지목된 경찰관 두명이 구속된 1987년 1월 경찰이 이들의 얼굴을 숨기려고 똑같은 복장을 한 경찰관 20명을 서울 서대문구치소로 함께 이동시키는 촌극이 벌어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2명 구속으로 끝낸 것에 대해
“검사들이 우리 말만 믿고
수사했다는 것 말이 안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차 수사 때 기소됐던 전직 경찰관 강아무개씨는 <한겨레>와 만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등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사가 (범인이 2명뿐이라는) 우리 말만 믿고 수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검사들이) 제대로 수사하려고 했다면 이(박종철씨 조사 주무자)를 확인하는 것은 수사의 기초, 에이비시”라고 말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이던 박 후보자와 안상수 검사(현 창원시장) 등이 박씨를 고문한 주무 경찰관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2명만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1차)를 끝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박 후보자가 당시 공범의 존재를 알았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면서도 “논란이 되는 사람을 왜 추천했느냐”, “(박 후보자는) 왜 자진 사퇴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상옥 후보자는 1987년 1월 1차 수사 당시 강씨를 두 차례 조사하고, 나중에야 공범으로 드러나 추가 기소된 황아무개 경위와 반아무개 경장을 참고인으로 직접 조사했다. 강씨의 발언은 경찰 쪽이 말을 맞추고 공범들이 적극 부인한 탓에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박 후보자 쪽 입장을 반박하는 취지다. 오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박 후보자는 “1987년 3월에야 추가 공범의 존재를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씨는 24일 <한겨레>와 1시간 동안 전화 인터뷰를 한 데 이어, 26·29일 두 차례 직접 만나 6시간30분간 단독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강씨와의 일문일답.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박 후보자가 당시 두 차례 당신을 조사했는데?

“그 당시 기억이 잘 안 난다. 자기가 추구하던 이념이 ‘이게 아니다’가 될 때 자포자기하는 것 아닌가. 그때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수사기록을 보면 1987년 1월20일과 23일 조사했다.

“수사하는 입장에서 알면 병이고 모르면 약일 수 있지 않나. 자기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축소·은폐든 뭐든 검사는 검사
참고인 조사 어땠는지 잘 봐라
왜 그런 사람을 대법관 추천했는지…”

-박 후보자가 이 사건의 축소·은폐 시도를 밝혀내려고 했는지, 아니면 그런 시도에 동조했는지 궁금하다.

“박상옥 검사가 알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알고도 축소·은폐에 가담했다면) 평생 죄책감이나 양심에…. 그 사람도 굉장히 큰 고통을 받았을 거다.”

-박 후보자가 1차 수사 때 공범 3명이 더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까?

“인지했다면 안상수 검사나 부장검사 등 위에 보고를 안 했겠나? 알았다면 당연히 보고하는 거 아닌가? 그럼 ‘이거 더 해봐’ 지시가 있었을 거 아닌가.”

-박 후보자가 공범 수사에 적극적이었나?

“축소·은폐 동조든 뭐든 검사는 검사다. 그 사람들은 수사·기소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박상옥 검사는 당시 얼마 안 된 검사였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걸로 안다.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중대한 사건이라고 자기들도 생각했을 거 아닌가. 만약 (공범의 존재를) 알았다면 안상수 검사, 신창언 부장검사가 더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 박 검사가 알았다면 그 윗분들이 더 많이 알았을 것이다.”

-박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는 것에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그런 게 없는 사람보다 그런 게 있는 사람이 더 조심하지 않을까. 자기 양심이 있을 거 아닌가. 박 검사도 자신이 알고 그렇게 했다면 양심에 굉장한 짐을 지고 가는 거니, 다음엔 그렇게 안 하려고 더 신경 써서 잘할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박 후보자 스스로 잘못을 고백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당시 검찰은 우리보다 더 알 수 있었다. 조사하다 나오는 걸 자기들끼리 다 얘기했다.”

-박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내가 잘못한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두 번 다시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한다. 그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기자나 다른 사람들이 더 몰아치면 그 사람은 결국 ‘그때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고…. 아니면 ‘정말 몰랐다’고 할 수도 있다. 내가 그분이 그런 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자기 양심은 알지 않겠나. 누가 알든 모르든 자기 양심은 아는 거다. 자기 자신은….”

-사건 당시는 어땠나?

“굉장히 추웠다. 집이 상도동에 있었다. 아침에 보고를 하러 갔더니 위에서 지원을 가라고 해서 갔다. 내가 서울대 민추위(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등을 많이 알아서….”

-그때 박종철씨 조사 주무가 누구였나?

“반○○ 경장이었다. 주무관이라고 하지 않나. 담당자가 제일 많이 안다. 미행도 하고…. 난 지원을 하라고 해서 갔다. (만약) 큰 사건을 조사했다, 그럼 공은 누구에게 있겠나? 상을 준다면 누구에게 주겠나?”

-경찰에서 공범 3명을 제외하고 2명만 처벌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나?

“경찰 차원에서 그랬겠나? 안기부, 청와대….”

-반 경장이 주무였다는 것을 박상옥 검사가 알았을 것 아닌가?

“우리만 조사했다면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큰 사건에서 우리만 딱 조사하고, 우리 말만 믿고 하진 않았을 거 아닌가.”

-항소심 공판기록을 보면, 박상옥 검사가 1차 수사 때 ‘반○○이 주범인데 왜 당신이 주범으로 돼 있느냐’고 물었다고 당신이 진술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그 질문에 답을 안 했다던데?

“당시에는 다 ‘오더’가 있던 거 아닌가. 박처원 치안감이 ‘너희가 안고 가라’고 했으니까. 그 사람이 대부, 최고, 대공에서는 최고였다.”

-수사받을 때 박상옥 검사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하나?

“기억이 없다. 나는 박상옥 검사뿐만 아니라 당시 (다른) 판검사까지 다 책임이 있다고 본다. 공안사건 영장 치면 많이 발부해주고, 돌아서면 다 깨끗한 척하고…. 박상옥 검사가 참고인 조사할 때 어떻게 됐는지 자세히 한번 봐라.”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때 (박종철씨를 주로 수사했던) 담당자가 있었을 거 아닌가. 담당자가 왜 빠졌냐는 거다. 반○○ 경장이 주무였다.”

-1차 수사 때 박상옥 검사가 그 사실을 몰랐을 수 있나?

“알았다고 하면 보고를 안 할 수 있었겠나. 안상수 검사나 신창언 검사, 위에까지 다…. 알았는데 박상옥 검사가 혼자 덮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금 보면 정말 참 못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그때 당시 있었던 판검사들 다….”

-검사가 누가 박씨 조사 주무인지 모를 수가 있나? 정말 몰랐다면 무능한 것 아닌가?

“안상수 검사는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조○○ 경위가 반장이었으니, 누가 주무였는지 물었어야 한다. 당연히 물어야 하는 거다.”

-만약 박 후보자가 알고도 넘어갔다면 위에서 답을 정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인가?

“지금 보면 그렇다.”

“조 경위가 안상수에 ‘공범’ 알리자
수사는 않고 교도소에 둘만 격리
안에서 죽어도 모르는 거 아닌가”

-1987년 2월27일 조 경위가 안상수 검사에게 공범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에 왜 검찰이 수사를 안 했다고 생각하나?

“이거는 정권 문제 아닌가. 의정부교도소로 이감된 뒤 1, 2층 사동을 다 비우고 1층엔 나, 2층엔 조 경위…. 출입이 극히 통제돼 있었는데 (우리가) 죽어도 모르는 거 아닌가.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월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제청 철회를 촉구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민원실에 제청철회요구서를 제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월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제청 철회를 촉구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민원실에 제청철회요구서를 제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구속 기소 뒤 박상옥 검사나 안상수 검사가 면회를 온 적이 있나?

“만난 기억이 없다. 5월에 사제단(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공범들의 존재를) 폭로한 뒤, 2차 수사 때 왔다.”

-검찰이 공범들의 존재를 알았다면 즉시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 경위가 그걸 검사에게 말했을 때는 조사를 하라고 알려준 거다. 왜 알렸겠나. 그거 알렸다고 우리를 의정부교도소에 딱 둘만 가둬놨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조 경위가 얘기한 것은 어느 정도 나와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얘기를 왜 했겠나? 그런데도 수사를 안 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 안에 앉아서 뭘 느꼈겠나. 위협을 느꼈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한다는 느낌이 있었나?

“청와대 등 정권 차원에서 하는 거였기 때문에…. 수사할 때 (누가 박종철씨를 조사했는지) 담당자를 아는 건 에이비시다. (우리가) 담당자도 없이 했겠나. 그런데 (검찰 수사가) 안 됐다는 건 이미 위에서 하는 대로…. 뻘밭에서 자꾸 움직이면 더 내려가는 거다. 우리가 아니라고 하면 더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다. 그 심정을 아는가? 지금까지도 그 멍에를 지고….”

-그래서 ‘검사들도 어쩔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리 살았는지…. 집에도 안 들어가고 일하며 자식들, 아내 고생시키고…. 자괴감이 들었다.”

-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를 했다면?

“당시에는 검사도 그냥 형식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까놓고 서슬이 시퍼런 상황에서 검사가 무슨 힘이 있나? 안기부에서 공안사건, 대공사건은 다 조종했다.”

“나는 죄인이다,
지금도 못 벗어나고 있다”

-하려고만 했다면 검사도 역할을 할 수 있었지 않나?

“자기 직분과 보장된 권한이 있는데 양식 있는 검사라면…. 박상옥 검사가 만약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면 평생 죄인으로 사는 거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누구도 모르는 거다. 자기 혼자만 아는 거지. 그런데 참고인 조사도 했다면 누가 담당자인지, 그걸 조사하는 건 기초 아닌가. 당시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검사들에게 그건 에이비시 아닌가. 당시 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하라면 하고….”

-박상옥 검사가 대법관이 되려고 한다.

“전에 어느 자리까지 했나? 검사장까지 했다면 나름대로 검증했을 거 아닌가? 검증해서 시킨 사람은 뭔가? (논란이 되고 있다면) 자기가 그만 안 두나? 자진 사퇴 안 하나? 왜 여러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을 추천했는지…. 나는 죄인이다. 지금도 못 벗어나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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