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앞둔 투싼·K5 사진 동호회 카페 등에 게시
경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적용
현대·기아차 “기존 모델 판매량 급감 3천억 피해”
경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적용
현대·기아차 “기존 모델 판매량 급감 3천억 피해”
“실제 투싼의 계기판”, “투싼의 뒤태”.
지난해 11월 현대차 에스유브이(SUV) 투싼 동호회 게시판에 신형 투싼 ‘스파이샷’(몰래 찍은 사진) 6장(사진)이 떴다. 출시 넉달 전이어서 신형 투싼의 디자인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상황이었다.
사진을 올린 이는 인천국제공항 화물운송업체에서 일하던 김아무개(49)씨였다. 외국 시험주행을 떠나기 위해 항공기 적재점검을 기다리고 있던 신형 투싼을 발견한 김씨가 스마트폰으로 내외부 디자인 6컷을 찍고, 곧바로 동호회에 이를 나눠 올렸다. 이 사진을 본 임아무개(40)씨도 자신이 운영하는 자동차 공동구매 누리집에 “투싼 앞모습 유출샷” 등의 제목으로 김씨가 찍은 사진 6장을 다시 올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출시 자동차의 사진을 찍거나 배포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로 김씨와 임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또 기아차가 올해 상반기 출시하려는 신형 K5의 스파이샷 사진을 중국 누리집에서 발견한 뒤 국내 유명 자동차 누리집에 마치 자신이 찍은 것인 양 퍼나른 서아무개(32)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동호회 회원들한테서 주목을 받고 싶어 사진을 올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동호회 게시판 등에는 출시 전 자동차의 스파이샷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사진마다 “구형의 아성을 깰 수 있을까”, “외국차 같다” 등 자동차 동호인들의 평가와 댓글이 이어진다.
현대·기아차는 신형 투싼과 K5의 스파이샷 유출로 3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 모델이 나오기 전 기존 모델의 재고 소진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모델 스파이샷이 나돌면 기존 차량 판매량이 급감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는 크지만 특별한 악의는 없었던 만큼 이들을 상대로 한 회사 차원의 손해배상 청구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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