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조’ 합법화 여부 선고 8년째 ‘감감’
노조설립 10년, 선고 늦어져 고초
대법 “쟁점 복잡해…마무리 단계”
노조설립 10년, 선고 늦어져 고초
대법 “쟁점 복잡해…마무리 단계”
2956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이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된 기간이다. 이 사건은 2일 현재 대법원 미제사건 중 가장 오래됐다.
이주노조는 2005년 4월24일 창립돼 곧 10년을 맞는다. 창립 직후 서울지방노동청에 설립신고를 했지만, 조합원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가 있다는 이유로 신고서가 반려됐다. 이주노조는 곧 소송을 내 1심에선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선 “미등록 이주노동자라 해도 노조 결성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로 승소했다. 2007년 2월 서울지방노동청이 상고한 뒤 8년이 넘도록 선고가 미뤄지고 있다.
대법원이 뜸을 들이는 동안 이주노조는 오랜 고초를 겪었다. 노조 위원장 3명은 선출될 때마다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단속에 걸려 추방당했다. 2011년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합법 체류 노조위원장이 처음으로 나왔지만, 사업장 변경신고를 허위로 했다는 이유로 출국 처분을 받고 소송 중이던 이듬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합법 체류자 신분인 우다야 라이(네팔)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80명으로 출발한 이주노조 조합원 수는 이제 500여명을 헤아린다. 고용주 허가 없이는 사업장 이동이 불가능한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과 임금 체불 등의 문제로 상담이 이어지면서 참여자가 늘었다고 한다.
이주노조 합법화는 10년째 미뤄지고 있지만, 기업별·산별 노조에 가입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에는 자동차 부품회사 3곳의 이주노동자 60여명이 가입돼 있다. 2년 전부터 사업장에 지회가 설립될 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 관계자는 “같은 조합원이라는 의식 덕분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욕설과 무시가 사라졌고, 노조 가입으로 1년에 200만~400만원 정도 임금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이주노조 쪽은 이런 상황에서 합법화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다야 위원장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권리가 있고, 한국 헌법과 노동법도 이를 보장한다”며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에 가입할 수도 있지만,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니까 일반노조 성격의 이주노조가 합법화돼야 개별 사업장에 대한 단체교섭권이 생겨 이주노동자 노동권 향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일 “불법체류 노동자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등 복잡한 법률적 쟁점이 많고 외국 사례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며, 이제 검토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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