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소송 낸 집필진 패소 판결
“정확한 정보 전달하기 위한 것”
집필진 “교육부 홍보자료 같아”
“정확한 정보 전달하기 위한 것”
집필진 “교육부 홍보자료 같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독재를 미화하는 방향 등으로 고치도록 강요한 것은 부당하다며 집필진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의 주진오·한철호 공동대표 등 저자 12명이 낸 수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2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7종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41건의 내용을 고치도록 수정명령을 내렸다. 박정희 정부 시기의 지나친 외자 도입을 1997년 외환위기의 한 원인으로 기술한 대목(금성출판사)에 대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삭제를 명령했다. 천안함 사건(두산동아)은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명시하게 했다. 미래엔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과 관련해 “경제적 고도성장을 이룩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해방 후 토지개혁 등에 관해 북한 체제의 부정적 면을 더 강조하게 만들었다. 또 ‘피로 얼룩진 5·18’이나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부’, 1987년 박종철씨 고문치사를 다룬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 등 여러 교과서의 소제목도 고치게 했다.
6종 교과서 집필자들은 정부가 친일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에 비난이 빗발치자 이의 수정을 명령하면서 다른 교과서들에도 ‘물타기’ 차원의 수정명령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교육부가 ‘뉴라이트 사관’을 강제하면서 집필자의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정명령이 “오해·오인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없애고, 역사적 사안의 서술을 보다 자세히 해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부의 재량권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제목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면이 있어 교과서의 품위에 적합하지 않다”며 수정명령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진오 공동대표는 “판결문이 교육부 홍보자료인지 헷갈릴 정도다. 교과서 검정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항소 여부를 곧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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