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1시53분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ㅂ중고차매매단지에서 불이 나 차량 570여대가 불에 탔다. 이날 불로 주차장 2·3층 철제 바닥이 불에 녹아 휘어져 땅으로 내려앉았다. 매매단지 들머리 쪽에 주차된 수입차들이 불에 탄 채 부서져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3일 오전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ㅂ중고차매매단지 앞은 고무 등이 불에 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날 새벽 큰 불이 난 이곳에는 잘게 조각난 자동차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ㅂ중고차매매단지의 4층 옥상 주차장을 받치는 철골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주차장 2~3층 철제 바닥의 가운데 부분은 땅으로 내려앉은 상태였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뼈대만 남기고 모두 탄 상태였다. 불에 타지 않은 일부 차량들도 시커먼 그을음 때문에 제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새벽 1시53분께 3층짜리 건물인 ㅂ중고차매매단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불은 ㅂ중고차매매단지의 건물(총면적 1382㎡)과 철골로 만들어진 주차장(총면적 3292㎡)을 대부분 태우고 이날 새벽 6시27분께 꺼졌다. 이 곳에 주차돼 있던 570여대의 차량도 대부분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5분 만인 이날 새벽 1시58분께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불길의 규모가 크고 거세 불을 끄는 데 애를 먹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2층 주차장 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신고를 한 ㅂ중고차매매단지 근처에 있는 한 건물의 경비원(74)이 경찰에 “주차장 2층에 주차돼 있던 한 중고차에서 불이 처음 보였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2층 주차장을 정밀 감식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 감식을 의뢰할 방침이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불길이 금세 커진 이유를 “강풍, 바람이 잘 통하는 철골 구조물, 차량들의 밀집 주차, 차량들의 인화성 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이 나자 차량의 타이어와 연료 등 인화성 물질 때문에 불길이 커졌고, 주차장에 다닥다닥 붙어 주차된 옆 차량으로 불길이 번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차장의 철골 구조물 사이로 강한 바람이 불어 불길을 더 키웠다는 설명이다. 화재 당시 부산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됐으며, 최고 풍속은 초속 25.3m였다. 부산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최초 신고를 접수하고 주차장 안쪽으로 소방관들이 진입하려고 했지만, 차량들의 연료통이 잇따라 폭발해 진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모두 35억원가량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ㅂ중고차매매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은 소방당국의 추산보다 피해액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업체 한곳당 40여대의 차량을 가지고 있다. 여러 대의 값비싼 수입차량도 보유하고 있었다. 사무실까지 불에 타 정확한 피해액은 알 수 없지만, 소방서 추산 피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ㅂ중고차매매단지에는 13개의 중개차 매매업체와 2개의 할부금융 대리점, 1개의 보험사 대리점이 입주해 있다.
또 경찰과 소방당국은 중고차매매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이 화재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이 곳에 입주한 13개 업체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아 배상 받을 곳이 없다. 몇년 동안 일한 일터에서 불이 나 하루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보험사들이 중고차 매매업체는 위험 업종으로 분류해 화재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업체들이 다중이용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각 보험사 쪽에서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타당성 검사를 한 뒤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화재보험사의 담당자는 “화재배상책임보험의 범위는 보통 건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동산까지 모두 포함한다. 중고차 매매업체의 경우 차량의 판매가 잦고, 연식·주행거리에 따라 차량의 값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확한 값어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체의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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