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 참사 왜 커졌나
“사람 깔렸다” 외쳐도 경사진 출입구 인파 몰려
경찰 “상주시, 경비 요청없이 교통통제만 부탁”
“사람 깔렸다” 외쳐도 경사진 출입구 인파 몰려
경찰 “상주시, 경비 요청없이 교통통제만 부탁”
3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일어난 참사는 주최를 한 상주시 쪽이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도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탓에 일어났다. 특히 시민들은 안전요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무질서하게 입장시키면 사고가 난다”며 문제점을 여러차례 지적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기로 돼 있어 몰려든 장·노년층과 어린이들의 피해가 컸다. 사고 상황=이날 시민운동장 주변에는 상주시와 인근 문경 등지에서 온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오후 5시40분께 직3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뛰기 시작했다. 15도 각도의 내리막 경사가 진 좁은 출입구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넘어지면서 “사람이 깔렸다”고 외쳤다. 하지만 이를 듣지 못한 사람들이 출입구로 계속 밀려들면서 사고가 이어졌다. 현장에 있던 적십자 봉사원 김현철(40)씨는 “리허설이 끝나고 사람들을 직3문을 통해 내보내고 문을 닫았는데, 밖에 있던 사람들이 밀려들면서 문이 다시 열렸다”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잇따라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상주시가 1일부터 3일까지 연 상주 전국자전거축제의 부대행사로 열렸으며, 현철·설운도·태진아·장윤정씨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었다.
문제점=김병술씨는 “문을 열기 전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관리자들에게 ‘이렇게 입장시키면 안 된다. 사고난다’고 모두 한마디씩 했지만 관리자들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점상 이아무개씨도 “주최 쪽이 관람객들을 줄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며 “사고가 날 것 같아 주최 쪽에 이야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최 쪽이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확 몰려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행사는 상주시에서 주최하고 문화방송에서 주관했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협회와 문화방송 쪽은 이날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운동장 스탠드와 잔디밭에 2만개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협회 등이 이날 행사에 투입한 안전요원은 자원봉사를 한 모범운전자 36명과 해병전우회 40명을 제외하면 경찰 28명과 경호업체 관계자 50명에 지나지 않았다.
경찰은 상주시에서 사전에 경비요청도 하지 않았고 외곽 교통통제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제문화진흥협회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보고 안전사고를 우려해 경찰 병력 230여명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상부에서 인력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문화방송 홍보실 관계자는 “출연자 경호나 시민 안전문제는 축제 주최자인 상주시와 상주경찰서가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습=상주시는 시청에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경북도는 김용대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반을 편성해 상주시에 급파했다. 문화방송도 고석만 제작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사고 수습반을 현지에 보내는 한편, 저녁 7시30분부터 최문순 사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협의했다.상주/구대선 박영률 이정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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