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쓰레기 투기, 침 뱉기, 노상방뇨….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일부 관광객의 기초생활질서 위반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관광객이 제주도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적발됐다면 범칙금 2만원을 각오해야 하지만, 서울 명동에서는 범칙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ㅈ(33)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 연동 ‘바오젠거리’에서 들뜬 마음에 그만 빨간 신호에 길을 건넜다. 이를 본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했지만, ㅈ씨는 ‘중국에서처럼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무단횡단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ㅈ씨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ㅈ씨는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며 통사정했지만,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에 한국인처럼 범칙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경찰과 함께 근처 통역관광소에 들른 ㅈ씨는 통역 안내를 받아 범칙금 2만원을 은행에 낸 뒤에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무단횡단을 하거나 경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관광객도 당연히 한국인과 동일한 법 적용을 받는다. 빨간불에 길을 건너면 범칙금 2만원, 거리에 침을 뱉으면 3만원,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음주소란 행위에는 5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서울 명동 쇼핑가 일대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한정된 경찰 인력으로 일시체류자인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일일이 범칙금을 징수하기 어려운 탓이다. 명동파출소 관계자는 14일 “위반 사항을 목격하면 내외국인 구분 없이 단속하고는 있지만 외국인 기초생활질서 위반에만 중점을 두고 있진 않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 경범죄 담당자는 “지역별 치안 여건에 따라 업무 중점을 달리 두고 있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몰리면서 무질서가 지역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에 특별시책으로 단속을 강하게 하는 반면, 서울은 특별히 외국인만 강하게 단속할 수 없다”고 했다.
제주도는 2013년부터 무단횡단 등 기초질서를 위반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는 지난해 794건의 외국인 무질서 행위를 단속해 이 가운데 640건을 대상으로 범칙금을 징수했다. 범칙금 징수율은 80.6%에 이르렀다. 단속된 외국인 중 94.8%는 중국인이었다.
제주/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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