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회학·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 참여
1965년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는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밤을 세워 강의하고 학생들과 토론을 벌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다양한 분과의 연구진이 모여 꾸준히 재난을 연구하고 그 자료를 온라인에서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함께’ 참사를 직시하자는 시도다.
한국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사제가 함께 이야기하자는 취지의 온라인 프로젝트 ‘세월호교실(http://teachsewol.org)’이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문을 열었다. 가톨릭대·계원예대·서울대·숙명여대·포스텍·한양대·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등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모인 세월호교실 편집위원회는 17일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가리려는 정치적·사회적·법률적 과정과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은 이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며 세월호교실 누리집을 공개했다. 과학·사회학·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과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카이스트 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했다. 후원은 카이스트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이 맡았다.
세월호교실은 흩어진 자료를 모아 수업용 교재로 만들어 공유하는 아카이브다. 누구나 해당 자료를 학교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아직 많은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편집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 1년 동안 연구한 자료와, 앞으로도 함께 연구한 자료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생명을 숫자로 다루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이들이 당한 피해를 되갚을 수 있는가?”,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라고 부를 때 우리가 가정하는 바는 무엇인가?” 편집위원회가 1차로 올린 수업 자료의 내용은 답보다 질문에 가깝다. 세월호 편집위원회의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세월호교실은 선생들도 학생들과 똑같은 슬픔과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으며 우리 모두 함께 길을 잃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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