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75)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21일 최근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빚어진 학내 갈등에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두산중공업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직도 모두 내놓았다. 학내 갈등을 이유로 두산중공업 회장직까지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최근 진행중인 검찰 수사와 관련해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박 이사장이 그동안 중앙대 발전을 위해 학사구조선진화 방안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앞서 박 이사장은 지난 2월 ‘신입생 단과대별 모집’ 등 대학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뒤 교수와 학생들한테서 ‘일방적인 기업식 구조조정’이라는 반발을 샀다.
특히 박 이사장은 최근 중앙대 총장과 보직교수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가리켜 “악질 강성노조”, “불법 노동운동으로 간주”,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는 방법으로 목을 쳐주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2011년 중앙대 캠퍼스 통합과 적십자간호대 인수 과정에 특혜를 주고, 두산그룹은 박 전 수석에게 사외이사 자리와 딸의 중앙대 교수 채용 등 이권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박 전 수석을 다음주에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이사장도 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이사장 사퇴 전날인 20일 중앙대 법인이 학내 편의시설 수익 203억여원을 불법 회계처리(<한겨레> 4월16일치 10면)한 것과 관련해 대학법인 회계담당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소환조사 뒤 검찰에서 대학에 와 추가자료를 확보해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미 전날(20일)에 박 회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허승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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