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부천 문수생 부장판사
“박종철사건 축소·은폐상황
성찰도 반성도 없이 합리화”
“박종철사건 축소·은폐상황
성찰도 반성도 없이 합리화”
박상옥(59)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현직 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박노수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글에 이어, 20~21일 부장판사 2명이 잇따라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 게시판에 올렸다. 박 후보자가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축소·은폐 상황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법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판사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문수생(48) 부장판사는 20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대승적 결단을 바라며’라는 글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본인과 사법부, 나아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도리”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문 부장판사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은폐 상황에 대해 수사에 참가했던 동료 검사조차도 외압을 인정하며 당시의 상황이 치욕적이었다고 술회하고 있음에도, 박 후보자는 ‘당시 아무런 외압을 느끼지 못했’고, ‘혼자서도 (물고문을) 할 수 있다’는 등으로 여전히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부끄러움 없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박 후보자를 과연 우리는 대법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했다.
21일에는 의정부지법 정영진(57) 부장판사도 ‘사법권 독립 후진국 오명을 벗으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시대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동정론을 반박했다. 정 부장판사는 “당시는 소신대로 법집행을 해도 판·검사가 큰 고초를 겪는 시대도 아니었다. 필자는 당시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시국사건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시국사건 피의자들을 선처하기도 했으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대법원장은 ‘거부할 수 없는 재판의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 권한을 행사하는 법관이 신의 역할이라도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완벽한 인간이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마음은 당연하다’고 하신 말씀을 박 후보자에게 적용해 보면 (자격 존재 여부가) 명백해진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박 후보자를 비판하는 현직 판사의 글에 공감하는 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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