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이틀째 칩거 중인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문배달 오토바이가 나오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부패와의 전쟁’ 입안자는?
법무부-민정수석 보고라인 통해
청와대 수사 움직임 미리 포착
이 총리에게 발표하게 한듯
검찰쪽 나중에 알고 항의 표시
“박대통령,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파문 책임 물을 수밖에” 분석
법무부-민정수석 보고라인 통해
청와대 수사 움직임 미리 포착
이 총리에게 발표하게 한듯
검찰쪽 나중에 알고 항의 표시
“박대통령,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파문 책임 물을 수밖에” 분석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기획 사정’의 포문을 연 사람은 이완구 국무총리다. 그는 지난달 12일 각각 검찰과 경찰을 지휘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병풍처럼 뒤에 세워놓은 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40여일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의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 자기가 밀어붙인 ‘기획 사정’의 덫에 스스로 걸린 셈이다. 이 총리가 자신을 겨눴다고 판단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총리가 일종의 ‘대독자’에 불과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우선 국무총리실은 검찰총장-법무부-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연결되는 보고라인에서 배제돼 있다. 특히 공개수사로 전환되지 않은 내사 정보는 보고라인 안에서도 극소수만 공유하는 정보다. 그런데 이 총리는 3·12 대국민 담화에서 자원개발과 대기업 비리 수사를 사정의 주요 테마로 적시했다. 각각 경남기업과 포스코건설을 겨냥한 검찰의 내사 움직임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정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이 총리는 이를 공개하는 일종의 ‘방아쇠’ 역할만 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이 총리의 담화 뒤 김진태 검찰총장이 보인 반응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김 총장은 이 총리의 담화를 본 뒤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는 세월호 국면이어서 검찰이 큰 수사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검찰총장 임기 2년차를 맞아 그간 쌓인 첩보를 바탕으로 제대로 수사를 진행해보려 하고 있었는데, 저쪽이 냄새를 맡고 숟가락을 얹었다”고 말했다. 검찰 쪽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을 통해 ‘이런 식으로 하면 수사를 망칠 수 있다’며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보고라인을 통해 수사 움직임을 포착한 청와대가 이 총리에게 ‘완장’을 채워줬다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인사들은 ‘사정 드라이브’를 기획한 인물로 우병우 민정수석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검찰 출신인 그가 아니라면 이 정도 ‘수사 판’을 그려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뜬금없이 국무총리가 나와서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건 우병우 수석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세상사가 그리 단순하지가 않아서 (기획 의도와 달리) 이렇게 파열음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도 “대통령 집권 3년차에 내놓은 작품이 이렇게 부메랑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대통령으로서도 나중에는 민정수석한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최근 <한겨레티브이> 인터뷰에서 실패한 사정 수사를 놓고 우 수석 등 청와대 민정라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14일 발표한 최근 3개월 동안 임명· 퇴직한 고위 공직자 29명의 재산 신고 내역에서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423억3230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사진은 2011년 우병우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 부산저축은행 예금 부당인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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