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여만원 빼돌려…정직 3개월 그쳐
서울시 “공금 아니라고 판단” 해명
서울시 “공금 아니라고 판단” 해명
전국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 지역 지부장을 맡았던 노조 간부가 8000만원이 넘는 노조 자금을 횡령했다가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거액의 조합비를 횡령했는데도 서울시가 정직 3개월의 징계만 하고 말아, 그는 여전히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청 6급 공무원인 임아무개(59)씨는 2009년 9월부터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양천구지부장 대행, 2010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는 지부장을 맡았다. 임씨는 조합비 관리통장 가운데 회계감사나 정기총회 결산보고 대상이 아닌 통장 2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반 조합원들이 이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통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임씨는 2010년 7월과 이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6000여만원을 인출해 1000만원은 지인에게 빌려주고, 나머지는 딸 명의의 증권계좌에 입금해 주식투자를 했다.
임씨의 횡령은 차기 노조집행부 인수인계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공무원노조는 임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씨는 2013년 6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유죄가 확정돼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임씨가 횡령한 돈을 모두 갚았고 노조 쪽에서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별다른 전과 없이 2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했고 정년을 앞두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임씨의 횡령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무원노조는 임씨가 2년간 참석하지도 않은 회의에 참석했다며 회의비를 챙기고, 공무와 관계없는 개인 주유비와 주차비까지 조합비로 지출하는 등 모두 2300여만원을 추가로 빼돌려 쓴 사실을 밝혀내 임씨에게 이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임씨가 이를 거부하자 공무원노조는 지난해 5월 임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단독 박재영 판사는 지난 8일 임씨는 횡령한 노조 자금 2300여만원을 모두 갚으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거액을 횡령해 유죄가 확정된 임씨에게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 서울시 인사과는 “노조조합비를 공금으로 볼지를 두고 인사위에서 논의가 많았다. 하지만 공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1982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직 3개월을 결정했다. 만약 예산 등 공금을 횡령했다면 더 중한 처분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현재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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