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립대학 일본인 교수
성매매 여성 왜곡 다큐 상영나서
성매매 여성 왜곡 다큐 상영나서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주립대학의 한 일본인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성매매 여성으로 묘사한 영화를 상영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주에 있는 센트럴워싱턴대학(CWU)의 일본인 교수 마리코 오카다-콜린스는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에 맞춰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이 대학에서 <스코츠버러 걸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24일 이 영화 상영에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들 말을 종합하면, 일본 극우 활동가가 제작한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대가를 제대로 지급받은 성매매 여성들이었다는 왜곡된 주장을 담고 있다. 영화명은 1931년 미국 앨라배마주 스코츠버러에서 흑인 소년 9명이 백인 여학생 2명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스코츠버러 보이스’ 사건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흑백차별을 다룬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소재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 재판에서 흑인들에게는 사형 등 중형이 선고됐는데, 이에 빗대 위안부 생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화의 예고 영상을 보면, 한국 여성 25명 중 1명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위안부 피해자와 여성인권 전문가인 이 대학 정치학과 윤방순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영화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돈을 벌려고 자발적으로 군부대를 따라다닌 사람들로 묘사하고, 현대의 성매매 여성에 비유하는 등 왜곡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학의 다른 교수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렇게 역사를 왜곡하는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학의 한국·일본·미국인 교수 6명은 학생·시민들과 함께 영화가 상영되는 28일 같은 건물에서 ‘일본 제국주의 전쟁에서의 성노예’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2006년 이 대학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아베 총리의 방미를 바르게 준비하는 길”이라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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