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4살인 개인택시 운전기사 박아무개씨는 해가 지면 턱이 아프도록 껌을 씹는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자정까지 운전대를 잡는데, 해가 지면 밀려오는 졸음을 막기 위해서다. 20대부터 운전대를 잡았고 개인택시 경력 20년째이지만 나이 앞엔 장사가 없다. 최근엔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에 두번이나 다녀왔다고 했다. 박씨는 “스스로 동작이 느려지는 걸 느낄 때가 가끔 있다. 비 오는 날 밤에는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 일찍 집에 간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밤마다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특정 지역에 승객이 몰리는 원인도 있지만, 서울 택시의 절반인 개인택시 기사 상당수가 지하철과 버스가 끊긴 심야시간(자정~새벽 2시)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특히 65살 이상 고령 개인택시 기사가 10명 중 3명(30.8%)으로 급증했지만 이들의 심야시간대 운행률은 20%대에 그친다.
4일 현재 서울지역 개인택시는 4만9323대다. 택시기사 평균 나이는 60.4살로 ‘환갑’을 넘겼다. 65살 이상은 1만5196명(30.8%), 70살 이상도 5882명(11.9%)이나 된다. 운행·휴무일을 정한 ‘택시 부제’에 따른 의무운행 개인택시는 하루 3만5079대여야 한다. 하지만 심야시간에는 절반에 못 미치는 1만6931대(48%)만 운행한다. 60살 미만 기사의 심야시간 운행률은 53~65%인데, 60~64살 기사는 37~47%로 뚝 떨어진다. 65~69살은 27~34%, 70살 이상은 17~24%로 운행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고령 개인택시 기사들의 심야운전 기피에 대해 서울시 택시면허팀 관계자는 “운전하기 편한 시간대에 목표 수입을 달성하면 운행을 종료한다. 또 고령일수록 시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야간에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원인도 있다”고 했다. 서울의 65살 고령 운전기사 사고 건수는 2001년 3759건에서 2012년 1만5176건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가 행선지를 못 알아듣거나 수전증이 있어 보여 불안하다는 민원도 종종 접수된다”고 했다.
7500만원 안팎을 주고 개인택시 면허를 딴 고령의 기사들은 나이 얘기에 민감하다. 퇴직 뒤 5년째 택시를 모는 김아무개(65)씨는 “은퇴한 사람들이 큰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경비나 택시밖에 없다. 건강검진으로 문제 있는 사람을 걸러내면 되지 나이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는 버스에 적용하는 ‘자격 유지 검사제도’를 개인택시에도 적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65살 이상 버스기사들은 3년마다 자격유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일본은 운전면허증 갱신 주기가 71살부터는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진다. 또 65살 이상은 개인택시 면허를 새로 취득하지 못하고, 75살 이상이면 면허 양도도 못 하게 하는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택시업계는 ‘고령 기사’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쪽은 “심야 운행률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이는 심야시간대 수입이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서비스 요금 도입 등으로 해결할 문제다. (고령 기사에 대한) 적성검사나 교육 강화 등은 몰라도 나이 제한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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