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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 대통령 명예훼손 과잉충성하는 검경

등록 2015-05-04 22:04

현장에서
지난달 30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북문 들머리에서 ‘5·18 진실 알리기 홍보 집회’가 열렸다. ‘5·18 진실 알리기 대경시민연대’라는 단체가 경찰에 집회신고를 했다.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인들에게 이런 내용의 전단을 나눠주고 서명을 받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다분했지만, 경찰은 이 전단에 대해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명예훼손죄는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를 시작해 가해자를 입건하거나 기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다. 하지만 보통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를 한다. 이날 뿌려진 전단에 대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고소는 없었다. 그래서 경찰이 이 전단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만들어 나눠준 박성수(41·전북 군산)씨는 구속됐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전단이 대구에 뿌려졌던 날이었다. 박 대통령과 정윤회(60)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씨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한장짜리 전단을 만들었는데, 대구 수성경찰서는 ‘정모씨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부분에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과 정씨는 전단을 만든 박씨를 고소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경찰과 검찰은 알아서 수사에 나섰다. 지난 2월16일 변홍철(46·대구 서구)씨가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 20여장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한 뒤 전단을 주워 간 것이 수사의 시작이었다. 박씨와 변씨의 집은 물론이고 가족이 운영하는 출판사, 전단을 우편으로 보낸 우체국 등에까지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과 검찰이 이 전단에 대해 수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비상식적이다. 수사 초기 박씨와 변씨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 적혀 있던 혐의가 매번 달랐던 것에서도 ‘어떻게든 잡아넣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구속된 박씨는 결국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수사에 반발하는 박씨로부터 개사료가 뿌려지는 등 수난을 당한 대구 경찰은 당분간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박 대통령 비판 전단과 개사료로 시끄러웠던 대구도 당분간 조용할 것이다.

김일우 기자
김일우 기자
하지만 이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경찰이 박씨의 저서(<둥글이의 유랑투쟁기>, 2014년 12월)와 변씨의 저서(<시와 공화국>, 2015년 3월) 판매에 큰 기여를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한동안 들릴 것이다. 법과 상식이 아닌 권력의 눈치를 보고 수사를 하는 경찰과 검찰이라는 오명이 또 덧칠해질 것이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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