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속적 관심·후원 호소
네팔 중북부 라수와주의 툴로가운 5지구는 ‘구룽’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모두 50가구가 살던 이 마을은 지난달 25일 발생한 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돌로 지은 집은 모두 주저앉았고, 지진이 났던 날 태어난 갓난아이까지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일 늦은 밤, 이 마을에 ‘네팔 이주노동자 연대센터’(연대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산지브 차파가인(35)과 네팔에서 3년째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한국인 달래(36)씨가 찾아왔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4시간을 달린 뒤, 지진으로 도로가 끊긴 곳부터 1시간30분을 걸어야 했다고 한다. 마중 나온 마을 주민들은 이들이 가져온 쌀 25포대를 어깨로 져 날랐다. 모두가 피붙이인 마을 주민들은 생명과도 같은 쌀을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연대센터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고국으로 돌아간 네팔인 100여명이 3년 전에 만든 단체다. 원래는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네팔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 노동권 교육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뒤로 단체가 모아뒀던 한국 돈 300만원을 모두 털어 쌀과 소금 등을 사고, 정부 지원이 닿지 않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돕고 있다.
한국에서 10년 동안 일했던 산지브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주노동자들의 처지에 특히 공감했다. 그는 8일 <한겨레>와 한 국제통화에서 “살던 마을이 사라지고 가족이 죽은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마을 전체가 울고 있다”고 했다. 한국 최초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인 ‘평등노조 이주지부’ 지부장을 맡았다가 2004년 강제출국 당한 샤말 타파(41)도 “네팔 전체 소득의 22~25%가 이주노동자들이 벌어오는 돈이다.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외국에서 돌아오고, 출국을 계획하던 사람들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대센터는 단기 구호뿐만 아니라 마을 복구를 위한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네팔 위드 어스’(Nepal with us·www.facebook.com/nepalwithu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개인 후원을 받아 툴로가운 마을에 집을 새로 짓고 생활 지원을 할 계획이다. 달래씨는 “복구하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말도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네팔 지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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