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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생종 ‘나리’ 품종개량 16년만에 세계시장 진출 첫 성공”

등록 2015-05-11 19:48수정 2015-05-12 10:28

고양시 아를식물원 진광산(68) 대표
고양시 아를식물원 진광산(68) 대표
고양 아를식물원 진광산 대표
네덜란드 유통사 로열티 계약키로
“세계시장에서 네덜란드의 튤립을 대체할 만한 꽃이 우리 자생종 나리입니다. 네덜란드가 튤립으로 시작해 꽃산업이 일어난 것처럼 나리를 통해 우리 화훼산업을 일으키는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1999년부터 전국을 돌며 자생종 나리 유전자원을 수집해 키 50㎝ 미만의 분화용·정원용 나리로 품종 개량을 해온 경기도 고양시 아를식물원 진광산(68) 대표가 마침내 세계 화훼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일 폐막한 2015 고양국제꽃박람회에 신품종 나리 5종을 출품해 국외 업체와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진씨는 “이달 말 전세계에 꽃을 공급하는 네덜란드 유통회사와 로열티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네덜란드에서 관심을 보인 품종은 한국 자생종 ‘날개하늘나리’를 4~6대에 걸쳐 개량한 ‘아를스타’와 ‘아를엘로우’ ‘아를레이디’ 등 3종이다. 2013년부터 네덜란드 현지 시험재배를 통해 검증을 마쳤다.

진씨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아를스타는 이전까지 없었던 세계 유일의 분홍빛 꽃색깔과 병충해에 강한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아를엘로우는 꽃목이 짧아 꽃이 잎에 바로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를’이란 이름은 고흐박물관이 있는 프랑스 남부지방 지명으로, 미술을 전공한 딸이 유럽시장을 겨냥해 지었다.

진씨가 나리에 빠진 것은 건국대 원예과를 졸업한 뒤 식물원을 운영하며 1, 2대 고양시의원을 지내던 90년대 중반, 지역 농민들과 유럽을 견학한 것이 계기가 됐다. 네덜란드가 튤립 구근 생산단지에 쾨켄호프(큐켄호프)공원을 세워 화훼강국이 된 것에 착안해 한국이 원산지인 나리를 떠올렸다. 진씨는 이후 의원직을 포기하고 나리 육종에 뛰어들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분화용 나리 육종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이제야 세계시장에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상품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음식점을 하는 부인에게 가족 생계를 맡긴 채 육종에 매진한 지 17년 만에 그는 80여 계통을 보유하게 됐고, 이 가운데 국립종자원에 5종을 등록하고 20여종을 준비 중이다.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이 되면 20년간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

“공산품과 달리 식물은 하나의 신품종이 나오기까지 사이클이 10년 정도 걸리므로 시작 단계에서 선점하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절화용은 많지만 분화용 나리는 네덜란드도 시작한 지 20년이 안 된 미개척 분야이므로 충분히 겨뤄볼 만합니다.” 새 품종이 나오려면 교배해 꽃이 핀 뒤 병충해 내성, 구근 형성 등 특성 조사를 거쳐 증식하기까지 10년이 걸리므로 육종에서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골든시드 프로젝트’에 지원했으나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진씨는 개인 육종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종자 수출을 한다는데 주춧돌이 없이 대궐을 지을 수 없다. 기초를 튼튼히 하려면 중앙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독점하지 말고 개인 육종가한테도 기회를 줘야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대를 이어 육종을 하는데 우리는 후계자조차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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