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용역 동원해 회원 출입 막고 재선
경쟁 후보들 ‘선거 보이콧’ 선언한 뒤 퇴장
광복회관 재건축 등 놓고 내홍 계속될 듯
경쟁 후보들 ‘선거 보이콧’ 선언한 뒤 퇴장
광복회관 재건축 등 놓고 내홍 계속될 듯
올해로 설립 50년을 맞은 광복회의 새 회장을 뽑는 정기총회 자리에 사설 경비용역이 동원되고 경찰이 출동하는 살풍경이 벌어졌다. 11일 광복회가 배치한 용역들이 대의원을 제외한 일반 회원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의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유철(77) 광복회장에 반대하는 광복회원 200여명은 건물 앞에서 “우리집에 내가 못 들어가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일부 회원은 광복회관 유리문을 발로 걷어차며 진입을 시도했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자 경찰이 개입해 이들을 떼어놓기도 했다. 한 회원(79)은 “광복회 50년 역사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혼란 속에 진행된 투표에서는 대의원 72명 가운데 54명의 지지를 얻은 박 회장이 임기 4년의 회장직 재선에 성공했다. 진행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며 선거를 거부한 김유길(96) 부회장은 8표, 강인섭(79) 전 의원이 10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3·1절 행사에서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을 부르며 “○○○이, ○○○이…”로 낮춰 불러 유족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선거가 파행으로 치러진 핵심적 이유는 큰돈이 들어가는 광복회관 재건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등을 환수해 적립한 450억원으로 회원들의 복지 대신 현재 사용중인 건물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연임을 반대해온 정유헌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회장은 “생계가 곤란한 유족도 많은데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그 돈으로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퇴진운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반면 광복회 쪽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회원들에게 이득이라고 주장한다. 광복회 총무국 관계자는 “환수한 친일재산을 현금으로 유족들에게 나눠줄 수도 없는데다가, 건물을 지어 더 많은 임대수입을 올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정부의 검토 결과도 있다. 이미 총회에서도 추진하기로 결정된 사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대의원은 “각자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회장에 당선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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