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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정구교수 수업 수강학생은 채용때 찍어낸다’?

등록 2005-10-05 18:16수정 2005-10-05 22:37

6·25 전쟁을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6·25 전쟁을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상렬 상의 부회장 “채용때 대학 수업내용 참고” 발언 파문
‘문제 있는 교수의 강의를 들은 응시자는 찍어내겠다?’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강정구 교수(동국대·사회학)의 발언과 기고문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상의) 상근부회장이 ‘반시장경제적’인 교수들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기업 채용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 부회장은 4일 상의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 교수를 지칭해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이런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시장경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지, 올바른 경제관이나 역사관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시장경제 교육과 시장경제 이념이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기업들의 채용 때 대학 수업 내용 등을 참고하도록 경제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승욱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중앙대·사회학)은 “김 부회장 발언은 상식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며 “독재시대에 집을 뒤져 책을 압수하고는 그것을 근거로 사람을 처벌하던 것보다 못한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렇다면 기업이 강의실마다 사람을 보내 문제 있는 강의인지 판단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대학은 직업학교가 아닌데도, 경제단체 등이 자꾸 자신들 구미에 맞게 학생들을 길러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학문과 학생은 때로는 기성체제를 수용하고, 때로는 그것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며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김 부회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강 교수 강의를 들었다는 동국대 사회학과 김아무개(21)씨는 “강 교수가 수업 내내 정치적 시각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는 다른 시각을 보이는 학생들의 보고서도 좋게 평가했다”며 “김 부회장의 발언은 학습권 침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서강대 4학년 김아무개(23)씨는 “‘문제 교수’가 가르치는 게 전공필수 과목이어서 수강하지 않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연합뉴스)
강정구 동국대 교수 (연합뉴스)
기업들도 김 부회장의 발언을 현실과 동떨어진 ‘오버액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복역한 이들을 걸러내기도 했지만, 단순히 누구 강의를 들었다는 것만으로 채용에서 차별을 하기는 어렵다”며 “교수들을 평가해 블랙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국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경제계가 강 교수 강의를 들은 사람의 채용을 거부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강 교수 강의를 듣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 섞인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문제 교수’ 강의의 수강 여부를 채용에 반영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며 “시장경제의 우위를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김 부회장은 행정고시 18회로 통상산업부와 특허청 등을 거쳐 산업자원부 국장과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11월 상의 상근부회장에 선임됐다. 상의는 다른 민간 경제단체들과는 달리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운영되는 법정단체로, 지역상공회의소와 단체·협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실질적으로 전국에 4만6천여 회원사를 아우르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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