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 정문 앞에서 한 시민이 동원훈련 중인 가족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송파·강동 예비군훈련장 입구에는 훈련 참가자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려는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사고는 전방 초소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통상 인식돼온 군부대 총기 난사가 대낮에 후방 예비군훈련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식이 군대에 있을 때뿐 아니라 제대 뒤에도 총기 사고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8시30분, 송파·강동 동원예비군훈련장 정문 앞에서 50대 부부가 불안한 얼굴로 서성였다. 아들 김아무개(26)씨한테서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김씨 어머니는 “교대근무를 마치고 이제야 왔다. 아들과 좀 전에 직접 통화했지만 걱정이 돼서 왔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사고가 날 때 같이 총을 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밥을 못 먹겠다’, ‘잠도 못 잘 것 같다’고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사고가 발생하고 몇시간이 지나도록 군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하루 종일 가족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려는 이들이 훈련소 앞으로 모여들었다. 동원훈련 때 예비군들의 휴대전화는 군이 수거해 간다. 아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러 왔다는 김기언(50)씨는 “가슴이 철렁한데 뉴스 보도는 엇갈리고 무척 답답했다”고 했다. 이아무개(57)씨는 “아들이 어제 입소 이후 연락이 안 된다”며 불안한 표정으로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군은 이날 이 예비군 부대의 동원훈련을 중단했다. 하지만 총기 사망사고가 난 상황에서 민간인인 예비군들을 귀가시키지 않았고, 가족들 면회도 금지시켰다. 일부 가족들에게는 사고자 명단만 확인해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예비군들은 사고 직후 휴대전화를 돌려받아 가족과 통화하고 다시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군이 민간인들이 숨진 총기 사고에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훈련중인 예비군들도 사고와 관련해 조사받을 것이 있기 때문에 퇴소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예비군들은 훈련을 중단하고 생활관에서 휴식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예비군훈련 교관을 맡았던 군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있던 예비군들의 공포가 상당할 텐데 훈련시간을 모두 채워 퇴소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군은 또 오후 늦게까지 총기를 난사한 최아무개(23)씨의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관련 내용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혼선을 키웠다. 군은 유족이 현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현장조사를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조사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군 당국자는 “현장감식 등 본격 조사는 유족들이 현장에 도착한 오후 3시17분 이후 진행됐다. 그 전에는 주변에 있던 예비군과 현역병들 진술을 받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고 부대에 예비군훈련을 받으려고 입소한 가수 싸이와 배우 정석원이 조기 퇴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가수 장수원도 같은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은 동원훈련이 아니라 향방작계훈련 보충교육(6시간)을 받았다. 개인 사정에 따른 조기 퇴소는 절차에 따른 것으로 나중에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오승훈 박태우 방준호 허승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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