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가운데)과 헌재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이른바 ‘화학적 거세’)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과 제8조 1항에 대한 위헌심판제청 사건의 첫 공개변론에 참석하려고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범죄에 단호한 여론 쪽에서는 이론이 적은 주제다. 반면 그에 따른 재범 방지 효과를 두고는 법률적·의학적 찬반이 나뉜다. 사실상의 ‘신체형’이라는 점에서 인권의 영역과도 충돌한다.
14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는 화학적 거세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열렸다. 약물로라도 ‘거세’해야 할 범죄적 성충동이 있다는 주장과, 약물 투약이 끝난 뒤에는 재범 방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성폭력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 거세법)은 검찰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보는 성범죄자에 대해 청구하면 법원이 최장 15년까지 성욕 유발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주사나 알약을 투약하도록 명령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대전지법은 5살과 6살 여자아이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임아무개씨의 재판 도중 검찰이 성충동 약물치료를 청구하자 2013년 2월 재판부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화학적 거세법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약물에 의한 성범죄 예방·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고, 약물치료가 중단될 경우 재범 가능성이 여전해 입법 목적 달성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개변론에서 법무부 쪽 대리인은 “13살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하루 평균 2.9건에 달해 다각적 예방책이 필요하다. 기존 형벌만으로는 이를 예방·해결하기 어렵다”며 화학적 거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신청인 쪽 대리인인 장우승 변호사는 “개인의 신체나 호르몬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약물치료는 신체형보다 가볍지 않다. 현재 법무부는 불과 8명에 대해서만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있는데, 재범 예방 효과를 논할 수 있는 국내 연구나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 선고 시점과 실제 투약 시점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도 쟁점이 됐다. 화학적 거세법에 따라 약물치료는 형집행 만료(출소) 두달 전부터 하게 돼 있다. 현재 약물치료 기간이 3년 이상 확정된 성범죄자는 5명이다. 이들의 형기는 무기징역이거나 징역 12~25년이다.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선고 당시 치료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장기간 수감을 거친 뒤에도 약물치료 필요성이 있느냐. 가령 25년 뒤에 새로 (약물치료 필요성을) 감정하는 절차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효과에 견줘 기본권 침해 정도가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수감기간 동안 성도착증이 완화된 것처럼 보여도 출소 후에 다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점에서 장래의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진성 재판관의 같은 취지의 질문에 법무부 쪽은 “판결 시점에서 나중의 재범 위험성까지 판단하는 것은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선고와 마찬가지”라며 “성도착증은 개인의 근본적 속성이라 구금만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학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미 재판관이 “심리치료만으로도 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법무부는 “약물치료가 있어야만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했다.
반면 참고인으로 나온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은 “만성적 성도착증의 호르몬 치료는 3년 이상 시행돼야 하는데 부작용 위험성이 높다. 또 성도착증은 남성호르몬만이 원인이 아니다. 성범죄자 유형과 성범죄의 원인이 매우 다양한 만큼 그에 따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화학적 거세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재범률에서도 치료를 받은 집단(7.3%)이 그렇지 않은 집단(18%)보다 낮게 나온 연구 결과도 있지만, 반대로 남성호르몬 농도가 성욕과 관계없거나 약물을 투여해도 농도가 낮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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