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어요.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기회를 창조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군대 체험 예능 <진짜 사나이>와 외국인들이 자국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24)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고국 가나에 학교 짓기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오취리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내놓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오렌지 액트’를 통해 18일부터 9월 말까지 진행되는 ‘가나 희망학교 짓기 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오프라인 활동으로 기부 동참을 권하는 방식이다. 학교는 이달 말 첫 삽을 뜬 뒤 2016년 9월 무렵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취리가 목표로 삼은 기부 인원은 자신의 이름 ‘오취리’의 발음에서 따온 5720명이다. 22일에는 대학가를 찾아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
오취리는 가나의 국가장학생으로 6년 전 한국에 와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채널만 돌리면 나올 정도’로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동생이 다섯명이라는 그는 “내가 좋은 기회로 한국에 온 만큼 다른 가나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그는 “교육은 국가 발전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교육 때문에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얼굴만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많다. 도시는 덜하지만, 시골에서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서로 돕고 사는 삶의 자세를 배우는 장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엔지오 활동가인 덕분에 어릴 적부터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한국의 엔지오 활동과 기부문화도 높이 평가하지만 “아프리카 어린이의 어려운 모습만을 보여주면서 기부를 독려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그는 일침을 놨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사진 월드비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