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김연아 선수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맞이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가 유인촌 장관의 포옹을 피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이 동영상은 ‘회피 연아’라는 제목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헌재도 “의무조항 아니다” 결정
포털 네이버가 별다른 검토 없이 회원 개인정보를 경찰에 넘겼다가 당사자 차경윤(35)씨한테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이른바 ‘회피 연아’ 재판과 관련해, 대검이 “포털·통신사 등은 수사기관의 가입자 정보 제공 요청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털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무분별하게 제공해도 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대법원과 대검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검 과학수사부는 지난달 16일 대법원 1부에 “전기통신사업자(포털·통신사 등)는 형사소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견은 검경, 국가정보원 등 통신자료를 제공받는 국가기관들 입장을 대표한 것이다. 통신자료는 가입자 이름·전화번호·주민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포털·통신사가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의무조항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2012년 서울고법은 ‘회피 연아’ 동영상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차씨의 통신자료를 경찰에 넘긴 네이버에 대해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더라도 개인정보 보호 이익과 사안의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정보 제공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해야 하는데 (네이버가) 이런 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며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인에게 비판적인 동영상을 올렸다고 수사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있는 네이버가 수사기관이 요청했다고 해서 아무런 검토 없이 제공한 건 잘못됐다는 취지다. 지난 1월에도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서울고법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대검은 의견서에서 “통신자료까지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한다면 유괴·납치·테러 위협 등 중요 범죄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곤란하다. 미국·영국·일본도 법원 개입 없이 통신자료를 취득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통신자료를 별다른 절차 없이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차씨를 대리하는 박주민 변호사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포털과 통신사가 법적 분쟁을 우려해 통신자료 제공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 대검이 이런 경우까지 상정해 의견을 낸 것”이라며 “통신자료 제공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원칙적으로 영장주의에 따르는 것이 맞고, 다른 방법으로 제공받고 제공하려면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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