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꿈꾸던 재영이에게
사랑하는 아들 재영이에게.
‘초보 엄마’에게 넌 태동이라는 생명의 신비함을 알려주었지. 핏기 묻은 너를 가슴에 안았던 그 벅찬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그런 우리 아들이 지금 엄마 곁에 없다는 이 현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꿈이 생긴 너는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지. 입학식을 한 첫날부터 야간자율학습을 한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놀라고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너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며 네가 너무 자랑스러웠단다. 우리 아들의 꿈은 구글에 입사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었지. 스티브 잡스의 책이 나오자마자 사달라고 하더니 베개 옆에 두고 읽던 너의 모습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봤단다. ‘으뜸 단원인 상’을 받고 설레어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든든했단다. 사랑하는 아들아, 정말 미안하구나. 그런 너를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지…. 그 순간 엄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저 무능한 부모가 되었단다.
사랑하는 재영아, 부디 그곳에서는 못다 이룬 꿈 마음껏 펼치며 고통 없이 편히 지내길 엄마는 기원한다. 미안하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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