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감형사유 중 하나로 밝혀
초범·다시 군복무 등도 이유로
조씨 부친 800억 세금 체납 상황서
조씨, 전관 변호사 연이어 선임해
초범·다시 군복무 등도 이유로
조씨 부친 800억 세금 체납 상황서
조씨, 전관 변호사 연이어 선임해
“초범이고 정신과적 질환으로 산업기능요원 복무에 어려움이 있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을 보호하겠다는 부모의 삐뚤어진 사랑에서 범행이 비롯된 점,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처음부터 다시 이행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하는 척하면서 지정된 장소·업무 대신 어머니가 구해준 오피스텔에서 엉뚱한 일을 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의 손자 조아무개(24)씨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밝힌 감형 사유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신중권 판사는 지난 15일 이런 사유를 들어 조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의 교묘한 병역 기피 수법과 이후 수사·재판을 전후해 거물급 변호인들을 동원하는 과정은 재판부가 밝힌 이른바 사회지도층 ‘병역 알레르기’의 일단을 보여준다.
판결문에 나타난 조씨 어머니 이아무개씨의 “삐뚤어진 사랑”은 이렇다. 이씨는 아들이 2012년 3월 서울 금천구의 산업기계부품 제조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를 시작하자 이듬해 1월 근처에 오피스텔을 하나 마련했다. 조씨는 이곳에서 지난해 10월까지 22개월간 ‘편하게’ 일을 했다. 보증금과 월세 일부는 어머니 이씨가 부담했고, 편의를 봐준 회사에 회식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아들 조씨와 회사 대표 강아무개씨만 기소하고 어머니는 처벌하지 않았다. 조씨 등을 기소한 서울남부지검의 이명순 1차장은 20일 “내용을 확인해보니, 이씨가 지원한 돈을 특혜의 대가로 해석하긴 어려운 것 같다. 병역비리 사건은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친인척이 나서는 것이 관례인데 가족까지 처벌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조씨의 아버지인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아들의 병역 논란 당시 세금 715억원(지난해 11월 기준)을 내지 않아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태였다. 서울시 지방세 84억원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씨 사건에는 착수금만 해도 거액이 들어가는 거물급 전관 변호사들이 연이어 선임됐다. 형사재판은 대검 기획조정부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가 맡았다. 조씨는 지난해 말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산업기능요원 편입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는데, 당시 이 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곽상현 변호사를 선임했다.
감형 사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병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다시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감형 사유로 삼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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