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계기로 만든 법
14일 전 안전계획서 제출·비상구조선 배치 등 강제
다이버들 “비현실적이고 다이버 안전도 위협” 반발
14일 전 안전계획서 제출·비상구조선 배치 등 강제
다이버들 “비현실적이고 다이버 안전도 위협” 반발
지난 2013년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학생들이 5명 숨진 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연안사고예방법과 관련 시행령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작 청소년 체험캠프 등은 이 법의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간데다 스쿠버 다이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까지 제기되며 관련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안사고예방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연안체험활동 운영자가 활동 참가자 모집 14일 전까지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고, 안전관리요원과 비상구조선 배치, 참가자 사고시 손해배상을 위한 보험 가입 등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태안 사고 직후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에 계류돼있다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자 그해 5월 본회의를 통과했고 시행령도 마련됐다.
법령은 연안체험활동을 수상형·수중형·일반형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수상형 또는 일반형에 해당되는 해병대 캠프 등의 청소년 체험캠프는 청소년활동진흥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법의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 ‘휴대용 수중 호흡기 등을 사용하는 수중 체험활동’이 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1회성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경험해보는 ‘체험 다이빙’뿐만 아니라 다이빙 단체로부터 최소 30시간 이상의 이론·수중·안전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발급받은 이의 레저 다이빙까지 ‘수중형 체험활동’으로 규제받게 됐다.
법령이 만들어진 지 1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논란이 이는 것은, 그동안 국민안전처가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등을 이유로 운영해온 계도 기간이 오는 31일 끝나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는 당초 6월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다이빙 업계의 반발로 시행령 등을 7월 안에 재개정하고 그 때까지는 단속 대신 시정조치와 홍보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다이빙 업계는 규제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즉흥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 여가 활동인 다이빙을 두고 ‘14일 전 안전관리계획서 신고’를 강제하는 것은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다이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도 문섬·섶섬·범섬엔 아예 비상구조선이 정박할 수 없고, 해변에서 걸어들어가 잠수하는 비치 다이빙의 경우엔 구조선이 불필요할 뿐더러 비상상황에서 출수하는 다이버와 충돌해 위험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한다.
안전관리요원의 전문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다이버 5명 당 1명을 배치해야 하는 안전관리요원은 국민안전처 장관이 지정하는, 수상안전 관련 법인이나 수상인명구조교육 단체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6시간의 수중안전수칙·관련 법령·응급처치·인명구조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수중과 무관한 래프팅 가이드 교육 과정을 마친 이도 이 교육을 6시간만 받으면 안전관리요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수중 안전에 초점을 두고 교육받는 초보 다이버보다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우대혁 ‘수중형 체험활동 규제 철폐를 위한 대책위’ 위원장은 22일 “이 법령은 애초 취지와 달리 스쿠버 다이빙을 위축시키고, 다이버의 안전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위험도가 낮은 개인의 레저 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2013년만 하더라도 등산 사망 139명, 자전거 사망 88명, 물놀이 사망 37명인데 비해 다이빙 사망은 8명에 그쳤고, 그나마도 절반이 산업 다이빙 등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다이빙 업계에선 이 법령에 규정된 민간연안순찰요원을 해양구조협회가 맡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한다. 한국해양구조협회는 세월호 구난업체였던 ‘언딘 마린인더스트리’의 김아무개 대표가 부총재를 맡았었고, 해경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됐던 곳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안전처 쪽은 “(다이버와 충돌을 막기 위해)비상구조선은 고무보트 같은 무동력선도 포함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지만, 안전요원 배치나 보험 강제가입 등은 양보할 수 없다.민간연안순찰요원도 해양구조협회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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