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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폰 안의 사생활’ 경찰이 손쉽게 볼수있어…수사권 남용 논란

등록 2015-05-25 01:17수정 2015-05-25 10:31

경찰, 스마트폰 증거추출 SW도입 추진

통화·사진·메신저·카톡 내용 등
모든 경찰서에서 개인정보 수집 가능

경찰 “빠른 시간내 증거확보 차원
사용자 동의얻을 것” 밝혔지만
통제수단 없고 적용대상 늘 우려
경찰청은 ‘스마트폰 증거 추출’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면서 “수사에 필요한 방대한 스마트폰 데이터를 빠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필요성’은 사생활 침해나 수사권 남용 논란을 상쇄할 정도로 크지 않고,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는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문자·음성·동영상·사진·금융거래내역 등 사실상 모든 표현 수단을 구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진행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과도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할 때, 필요한 데이터만 빼내지 않고 스마트폰의 정보 전체를 복사해 열람한 뒤 재분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원하는 증거를 얻으려면 ‘모든 것을 다 봐야’ 한다는 문제점도 지적돼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신훈민 변호사는 “같은 디지털 증거물인 서버의 경우 특정 기간의 통신내용 등으로 법원이 압수수색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이런 제한 자체를 법원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인권 침해 소지가 더 크다”고 했다.

스마트폰 증거 추출 프로그램 운영 개념도. 한겨레 자료사진
스마트폰 증거 추출 프로그램 운영 개념도. 한겨레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스마트폰 증거 추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스마트폰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쉽게 뽑아낼 수 있게 된다. 경찰은 도입 계획을 세우면서 적용 대상을 “피해자·신고인·목격자 등이 임의제출한 스마트폰”으로 한정하고 스마트폰을 제출한 사람의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이 일선 경찰서에 설치되고, 사용자가 디지털포렌식 전문가가 아닌 수사관들인 탓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목격자·신고인과 피의자의 구분이 모호할 수도 있다. 피의자의 스마트폰은 압수수색영장을 근거로 조사하는데, 비록 사전 동의라는 전제가 붙지만 피해자나 목격자의 스마트폰은 영장도 없이 조사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현재 디지털포렌식 과정도 불필요한 데이터가 너무 많이 추출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지방경찰청 단위로 진행하던 디지털포렌식이 일선서 단위로 확대되는 셈이어서 사실상 (사생활 침해에 대한) 감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잠금해제’ 소프트웨어 역시 기술적 한계로 도입이 중단됐지만, 기술을 확보한 업체가 나타난다면 재추진될 여지도 있다. 경찰은 “‘중요·강력사건 피의자’의 ‘압수’된 스마트폰에서 사용한다”고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밝혔으나 ‘중요·강력사건’의 구체적인 범위를 언급하지 않아 오·남용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런 우려는 최근 경찰의 수사와도 이어진다. 경찰은 지난달 16~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서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연행한 참가자들의 스마트폰을 무리하게 들여다보다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거나 스마트폰을 임의제출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서울 중부경찰서로 연행된 최아무개씨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제출하라고 요구해 변호사의 조언을 받고 제출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엔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개인적인 정보가 들어 있는데 왜 달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로 연행돼 스마트폰을 임의제출한 김아무개씨는 “경찰이 패턴 비밀번호를 풀어달라고 했고, 페이스북 비밀번호도 요구해 알려줬다”고 했다.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는 “경찰이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고, 법률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쓸 우려가 크다. 현행법상 디지털 증거물 관련 규정이 공백으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김미향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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