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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햇볕’ 그리웠던 장애인, 함께 산책 나서준 경찰 선행에 ‘글썽’

등록 2015-05-26 17:06수정 2015-05-26 17:35

지난 1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던 김아무개씨는 ‘따뜻한 햇볕’이 그리워 경찰들에 도움을 청했고, 신고를 받은 강서경찰서 공항지구대 소속 이재승 경사와 조의지 순경이 한 달음에 달려가 도왔다. 사진 강서경찰서 제공
지난 1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던 김아무개씨는 ‘따뜻한 햇볕’이 그리워 경찰들에 도움을 청했고, 신고를 받은 강서경찰서 공항지구대 소속 이재승 경사와 조의지 순경이 한 달음에 달려가 도왔다. 사진 강서경찰서 제공
“볕 쬐고 싶어 신고” ‘지체장애’ 김아무개씨 도움 요청에
두 말없이 도운 이재승 경사·조의지 순경의 ‘훈훈’ 사연
“여기로 와서 도와주세요.”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로 걸려온 목소리는 작고 희미했다. 신고자는 강서구 방화동에 살고 있다고 했다. 이날(22일) 순찰을 돌던 강서경찰서 공항지구대 소속 이재승 경사와 조의지 순경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도와달라’는 내용의 신고는 당혹스러웠다.

조 순경은 신고자인 김아무개(64)씨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었다. 어렵게 찾아간 곳은 강서구 방화동 11단지의 한 임대아파트였다.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이웃들은 혼자 사는 김씨가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조 순경은 다시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물었다. 전화기에서 들려온 네 자리 숫자를 누르자 현관문이 열렸다. 담요를 덮고 누워있던 김씨가 조용히 두 사람을 맞았다. 누운 자리 옆으로는 휴대폰과 휴대용 소변통이 놓여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시련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불편했던 몸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나마 오른팔만 움직일 수 있었다.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인 행정 도우미나 장애인 콜택시 이용 등의 서비스 대상은 아니었다. 사촌동생이 드나들며 식사와 청소를 돕고 있다. 김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두컴컴한 방에서 홀로 누워 지낸다. 그에게 사람의 체온만큼 그리운 것은 따뜻한 햇볕이었다.

김아무개씨를 돕고 있는 이 경사. 사진 강서경찰서 제공
김아무개씨를 돕고 있는 이 경사. 사진 강서경찰서 제공
“햇볕을 안 본 지 너무 오래돼 볕을 쬐고 싶어 신고했어요. 이런 일로 신고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김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휴대용 소변기를 사용하는 그는 속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했다. 경찰은 속옷과 내복을 챙겨 입히고 그를 휠체어에 앉혔다. 볕이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을 때, 김씨는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씨의 사연은 25일 서울경찰청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eoulpolice)에 공개됐다. 누리꾼들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도록 자원봉사자나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도록 부탁 드린다” “기회가 된다면, 가끔이라도 가서 햇볕을 보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이 경사와 조 순경은 26일 오전 다시 김씨를 찾았다. 이 경사는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처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곳곳에서 어렵게 지내고 있는 것을 많이 보게된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내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현장을 찾은 조 순경은 “우리는 원하면 언제든 햇볕을 쬘 수 있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데도 얼마나 많은 불평불만을 품고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강서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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