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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할머니는 죽어도 괜찮다는 각서 썼다’…시가 된 4년 전 비극

등록 2015-05-26 20:11수정 2015-05-27 11:17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죽음 ‘5·18 문학상’서 재조명
시 ‘검은 물 밑에서’ 당선…“세월호 환기하는 측면도”
“그 할머니는 각서를 썼다고 했다/ 죽어도 괜찮다고 각서를 썼다고 했다/ (…) / 시커멓게 물에 잠긴 지하를 청소하러 내려갔다고 한다/ (…) / 그대로 검은 물 밑에 가라앉았다고 한다/ (…)”
▷ 시 전문 보기

2011년 7월26~27일 서울 강남구에는 410㎜나 되는 폭우가 내렸다. 27일 아침 7시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김아무개(당시 64)씨는 여느 날처럼 아파트 2동 지하의 청소노동자 대기실로 들어섰다. 안전시설 하나 없는 이곳은 평소에도 비만 오면 10㎝씩 물이 차올라 퍼내곤 했다. 김씨가 간 지하 대기실은 60㎝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물을 퍼내려고 물에 다리를 담근 김씨는 감전돼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씨의 삶과 죽음이 4년 만에 시로 재구성됐다. 5·18기념재단은 최근 김성일(36)씨가 쓴 ‘검은 물 밑에서’를 올해 5·18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김씨는 26일 “김씨의 죽음은 아무런 제도적 개선도 없이 사람들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시를 통해서라도 그의 죽음을 기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시는 김씨가 쓴 ‘죽어도 괜찮다는 각서’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시 김씨를 비롯해 60살 이상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아파트 관리업체의 요구에 따라 ‘근무 중 불의의 사고 및 본인의 지병으로 사망하게 되어도 법률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다고 한다. 시인 이시영·나희덕,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심사평에서 “우리 시대의 계급 격차와 비인간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물속에 잠긴 김씨가 외면받고 폐기되는 결말은 어쩌면 시인의 의도를 초과해 세월호의 비극을 환기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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