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집회서 ‘고공채증’ 의혹
항의 노조원 폭행혐의 고발도
항의 노조원 폭행혐의 고발도
삼성테크윈이 삼성에서 한화로의 분리매각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합법집회를 서울 서초동 본사 건물에서 몰래 ‘고공 채증’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테크윈은 이 채증 동영상을 증거삼아 채증에 항의하던 조합원을 폭행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삼성테크윈 조합원들의 집회 현장을 촬영하던 이 회사 인사팀 직원을 때린 혐의(폭력행위처벌법의 공동폭행)로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 2명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홍아무개 교육선전위원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3일 인사팀 직원이 아닌 삼성테크윈이 고발장을 냈다”고 했다.
경찰과 조합원들에 따르면, 지난 1월14일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테크윈 분리매각에 반대하는 집회 도중 한 남성이 조합원들을 촬영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한다. 이에 홍씨 등이 동영상 삭제를 요구하며 항의하자 승강이가 벌어졌다. 당시 신원을 알 수 없던 이 남성은 그 뒤 삼성테크윈 인사팀 직원으로 밝혀졌는데, 삼성테크윈은 이 직원이 몸싸움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전치 1주’의 부상을 입었다며 사건 발생 두달여만에 경찰에 고발했다.
삼성테크윈이 경찰에 ‘증거’로 제출한 4분짜리 동영상을 본 홍씨는 “촬영 각도가 위에서 아래를 찍은 것이었고, 화면에 흔들림이 있는 걸로 보아 시시티브이(CCTV) 카메라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건물 안에서 바깥을 몰래 찍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했다. 합법집회인데도 조합원들을 몰래 채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삼성테크윈 쪽이 합법집회 전과정을 찍은 뒤 몸싸움 장면만 편집해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다른 조합원들의 재판에도 삼성본관에서 내려찍은 동영상이 증거로 제출되기도 했다.
합법집회 현장에서 이뤄지는 경찰의 채증도 불법 논란을 비켜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테크윈 쪽의 ‘전방위 사적 채증’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크윈 쪽은 “노조가 처음 생긴 상황에서 인사팀이 질서유지 및 안전사고 대비, 기록관리 차원에서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삼성테크윈 쪽은 누가 촬영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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