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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이 ‘경력 판사’ 채용 때 비밀리에 면접 봤다

등록 2015-05-26 22:28수정 2015-05-27 08:32

2013~2014년 신원조사 명분
지원자들 개인별로 접촉해
세월호·노사관계 등 사실상 사상검증
국정원 “대법 의뢰로 조사…문제없다”
‘삼권분립 원칙 위배’ 논란일 듯
2013~2014년 법원의 경력법관 채용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사실상 사상검증에 가까운 대면 면접을 실시한 사실이 26일 드러났다.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법관 채용과정에 국정원이 전면에 나선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법원의 경력법관 지원자를 비밀리에 만나 사회현안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경력판사 지원자들을 사전에 접촉해, 노사관계에 대한 의견과 국가관 등을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에스비에스>(SBS)는 “국정원이 특히 지난해에는 세월호에 대한 의견까지 묻는 등 사실상 사상검증에 가까운 면접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이같은 면접을 진행한 것은 적법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국정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법원의 의뢰를 받아 신원 조사 등 보안업무를 수행했으며 보안업무규정에 따른 정당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대법원도 국정원 해명과 같은 취지로 해명을 냈다. 이날 대법원 관계자는 “극단적인 사상적 편향성을 가진 인물을 걸러내기 위한 취지로 신원조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이 경력법관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사의 근거로 내세운 규정은 국가정보원법의 하위법령인 ‘보안업무규정’이었다. 이 규정을 보면, 국정원장은 국가보안을 위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신원조사 대상자는 ‘중앙행정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판사·검사 신규 임용예정자’. ‘국·공립대 총장 및 학장’ 등이다. 경력법관 임용에도 이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지소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13년과 2014년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다. 재판과 수사에 대한 비협조를 넘어 영향력을 미치려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다수의 법조인들은 2013년 이전 신원조사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2011년 경력법관에 지원했던 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쪽에서 서류제출 요구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국정원이 면접을 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군법무관 출신으로 2010년 임용된 한 검사는 “법무관 선배들한테 우리는 군인 신분이니 군 기무사령부가 신원조사를 할 것이라고는 미리 들었지만, 직접 면접을 보거나 조사를 하지는 않았다”며 “나중에 들어보니 주변 동료들한테 평판 정도를 물어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정원 요원이 직접 지원자를 찾아 면접을 진행한 일은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정원이 법관 채용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 고위 법조계 인사는 “국가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이상 필요 최소한의 신원조회는 필요하겠지만, 세월호에 대한 견해를 묻는 등 사실상 사상 검증에 나선 것은 누가보더라도 부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5년 양심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에 따라 국정원 신원조사에서 ‘사상 검증’ 항목을 제외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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